고급 양식당이나 와인바에서 와인을 주문하면 소믈리에가 와인병을 딴 후 코르크를 손님에게 맡아 보라고 건네 주는 일을 경험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왜 코르크 마개를 맡아 보라고 주는 것일까. 우선 코르크의 역할과 역사를 알아보자.
코르크는 와인의 방수와 극소량의 공기를 유입시켜 와인이 숨을 쉬면서 맛이 좋아지게 하는 역할을 한다. 좋은 와인들은 와인이 병입된 후 몇 년씩 보관했다가 마시게 되므로 보관이 매우 중요한데 코르크가 이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하는 것이다.
코르크는 수령이 25년에서 30년이 되면 코르크 나무에서 코르크 층을 벗겨서 만들고 그 후 9년마다 코르크층이 재생되며 나무의 수명은 100∼500년이나 된다. 지중해 연안이 원산지인 상록수며 포르투갈·스페인에서 훌륭한 코르크 나무가 많이 자라며 프랑스·이탈리아·모로코·알제리 등지에서도 재배된다.
와인병에 사용하는 코르크의 길이는 와인마다 차이가 있는데 장기보관이 가능한 프랑스의 고급 와인은 5㎝ 정도 길이의 코르크를 사용하며 단기 보관하는 중저가 와인은 더 짧은 코르크를 사용한다. 코르크의 사용은 18세기에 샹파뉴 지방 오트빌의 수도사인 동페리뇽이 샴페인의 병마개로 코르크를 사용한 것이 오늘날 모든 와인의 병마개로 코르크를 사용하게 된 시초다.
와인을 잘 보관하려고 코르크를 사용하지만 이 코르크에도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코르크가 와인에 오래 젖어서 상하게 되거나 불량 코르크를 사용했을 때는 곰팡이 냄새가 나며 와인의 맛과 향에 바로 영향을 주기 때문에 마실 수가 없다. 이럴 경우에는 그 와인을 돌려보내고 새로운 와인으로 교체하는 것이 관례다.
이런 것을 코르크트 와인(Corked Wine)이라 하는데 전체 와인의 3∼5%를 차지할 정도로 골치 아픈 현상이다. 따라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호주·뉴질랜드·미국 등 와인 신생국을 중심으로 새로운 대안을 찾는 연구가 활발한데 이 중 합성 코르크와 스크루캡의 사용량이 점차 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대체 마개는 천연 코르크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은 해소할 수 있으나 아직도 소비자에게는 고급 와인은 천연 코르크로 병입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깊이 인식돼 있어서 금방 마실 수 있는 젊은 와인에만 이런 대안의 마개를 사용하고 있다.
구덕모 와인앤프렌즈 사장 www.wineandfriend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