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구! 태블릿PC‥디지털교과서 `비상`

 ‘태블릿PC를 찾습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디지털교과서 사업’에 적합한 태블릿PC를 찾지 못해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디지털교과서 사업은 오는 2013년까지 총 600억원을 투입하는 대형 국책 프로젝트다. 그러나 태블릿PC를 공급하겠다는 업체가 없어 1차 입찰이 유찰되는 등 난항을 겪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디지털교과서 입찰이 유찰된 것은 정부가 제시한 태블릿PC의 조달가가 업계의 기대치와 크게 차이가 났기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태블릿PC의 조달가는 150만∼160만원으로 시중 판매가 230만∼240만원과 크게 차이가 있다.

 디지털교과서 사업 예산에 맞는 태블릿PC를 공급할 업체는 사실상 없다는 것이 산업계의 분석이다. 일부 중소기업이 태블릿PC를 만들지만 안정적인 제품 공급을 자신하지 못하고 있으며, 외국 업체들은 환율의 영향으로 국내 제품보다 비싸 예산을 맞출 수 없는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업계는 정부가 제시하는 가격으로는 제품을 생산하거나 유통하기에 무리가 있다고 보고 있다. 국내에서 판매 중인 태블릿PC는 나노레볼루션 등 중소기업을 제외하고는 HP·후지쯔 등 외국계가 대부분이다. 삼성전자가 지난 2004년 ‘T20’이라는 모델을 내놨지만 지금은 판매를 중단했다. LG전자도 지난해 상반기까지 신모델이 나왔으나 역시 시장성이 없어 올해는 출시 계획이 없다. 삼성전자 측은 “태블릿PC는 일부 그래픽 전문가나 교육용으로 쓰이는데 국내 시장만 따지면 경제성이 없다”며 “규모가 커지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지금 당장은 수익이 나지 않아 태블릿PC에 매달리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HP·후지쯔 등 외산업체는 지난해 시범 운영한 디지털교과서 사업에 참여했으나 정작 입찰에 응하지 않았다. 단가가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후지쯔 측은 “모델의 기본규격이 높아지면서 단가도 높아졌고 환율도 요동쳐 교육 사업이라는 점을 고려해도 조달가와 비교해 많게는 100만원 가까이 차이가 나서 재입찰 참여 여부를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디지털교과서 사업에서 태블릿PC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사업이 좌초될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있다. 사업을 주도하는 한국교육과학학술정보원(KERIS) 측은 “단말기의 초점을 모두 태블릿PC에 맞춘 상태라 포기하기는 어렵다”며 “적합한 업체를 찾지 못한다면 더욱 저렴하고 많이 나와 있는 넷북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태블릿PC는 학생들에게 지급하는 u러닝의 핵심 기기로 디지털교과서 사업 인프라 구축에 드는 107억원 중 60%에 달하는 규모인 65억원가량을 차지한다.

 디지털교과서 사업은 기존 초·중·고교에서 쓰이는 종이교과서를 디지털 콘텐츠로 만든 뒤 태블릿PC로 학습하도록 하는 대규모 사업이다. 지난달 29일 1차 유찰됐으며 오는 13일 재입찰을 앞두고 있다.

이성현기자 argos@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