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반도체 양대 주자인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반도체가 지난해 공급 과잉과 실물 경기 침체에 따른 반도체 시황 악화 속에서도 선전, 경기 회복 시 유리한 고지에 오를 전망이다.
하이닉스반도체는 연결 기준으로 지난해 매출액 6조8180억원, 영업손실 1조9000억원, 순손실 4조3840억원을 기록했다고 5일 밝혔다.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21% 줄었고 영업손실률은 28%로 34%포인트 늘었다. 영업손실보다 순손실이 큰 것은 환차손 때문이다.
이에 앞서 삼성전자는 연결 기준으로 지난해 반도체 매출 20조2100억원을 달성, 전년 대비 0.7% 매출이 감소했으며 영업손실률은 0%로 12%포인트 줄었다고 지난달 말 발표했다. 저조한 실적은 세계 경기 침체에 따른 출하량 감소와 판가 하락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세계 메모리반도체 기업이 전 세계에 덮친 실물 경기 악화와 반도체 가격 급락의 영향을 줄줄이 비켜가지 못한 점을 감안할 때 삼성전자·하이닉스반도체는 후발 경쟁사들에 비해 실적 부진의 골이 비교적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D램 업계 4위인 미국 마이크론(2007년 12월 1일∼2008년 11월 30일)은 1달러 1300원 기준으로 매출 7조8770억원(57억800만달러), 영업손실 2조7690억원(20억700만달러)을 기록했다. 특히 마이크론은 영업손실률이 35.2%에 달해,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반도체에 비해 초라한 영업 실적을 거뒀다.
출혈 저가 경쟁으로 D램 업계 1·2위인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반도체를 끈질기게 괴롭혀온 D램 업계 6위의 대만 난야는 1대만달러 41원 기준으로 환산 시 매출 1조4880억원(10억763만달러), 영업손실 1조320억원(7억4647만달러)을 기록, 영업손실률이 무려 69.4%에 달했다. 저가 경쟁이 부메랑으로 돌아온 셈이다. 키몬다와 난야 합작사인 이노테라 역시 매출 1조5390억원(11억1320만달러), 영업손실 6030억원(4억3616만달러)으로 집계돼 영업손실률이 39.2%를 기록했다.
D램 3위인 엘피다와 낸드플래시 2위인 도시바 역시 지난해 대규모 적자를 나타낼 것으로 예측됐다. 특히 일본 엘피다는 일본 정부에 공적 자금 신청을 검토하고 있다. 도시바 역시 NEC와 시스템반도체를 통합하는 구조조정을 추진, 삼성전자·하이닉스반도체를 제외한 메모리반도체 업계의 판도 변화가 가속화할 전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반도체 업체들이 그동안 생산 설비 증설로 수익을 얻었지만 불경기엔 이런 전략이 소용없다”며 “40나노 이하 공정 기술을 먼저 확보하는 기업만이 시장 경쟁에서 살아남는 등 올해 반도체 시장 경쟁 패러다임은 불경기 탓에 증설에서 기술 중심으로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는 올해 경쟁 기업보다 한발 앞서 D램에서 40나노급 공정, 낸드플래시에서 30나노급 공정을 구축, 원가 경쟁력에서 후발주자와 격차를 더욱 벌릴 계획이다. 이를 통해 메모리반도체 시장에서 시장 주도권을 계속 유지하겠다는 전략이다. 후발업체들의 영업손실이 심각한데다 투자 여력도 없어 이 같은 전략은 성공 가능성이 높다.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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