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 설계·감리업 등록제 `법제화 싸움`

업계간 갈등 증폭 `법제화 싸움`

 정보통신분야의 설계 및 감리 업종을 신고제서 등록제로 바꾸는 법제화를 놓고 정보통신 관련 감리업계와 엔지니어링 업계의 갈등이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엔지니어링업계는 그간 불필요한 규제라며 강력히 반발했던 것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지난해 국회 파행으로 무산된 ‘엔지니어링기술진흥법’ 개정을 다시 추진키로 했다. 이에 따라 감리업계와 엔지니어링 업계의 감정 싸움은 법제화 싸움으로 번질 전망이다.

한나라당 김영선 의원 등이 지난해 의원입법 형식으로 발의한 정보통신공사기술관리법 제정안은 정보통신설계업 또는 감리업체는 방통위에 등록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며 이르면 2월 임시 국회에 상정될 예정이다. 한나라당 허천 의원이 발의한 ‘건설기술관리법’도 건설분야의 설계업을 신고제가 아닌 등록제로 바꾸도록 돼 있다. 정보통신 외에 다른 산업군의 설계 및 감리까지 잇따라 등록제로 바뀌면 이 분야를 주도해온 엔지니어링업계의 입지가 좁아진다.

한국엔지니어링진흥협회는 지경부와 협의해 ‘엔지니어링기술진흥법’의 개정안을 이달말까지 확정짓고 국회통과를 추진키로 했다. 개정안은 엔지니어링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통합법 성격이다. △엔지니어링 사업의 설계, 감리에 대한 타당성 조사를 국가출연기관이 아닌 전문업체가 하도록 규정 하고 △엔지니어링 R&D지원에 대한 근거를 만들며 △ 엔지니어링 진흥협회가 사업신고만 받는 차원을 넘어 설계, 감리 등 기술분야별로 관리를 한다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엔지니어링진흥협회는 엔지니어링 분야의 관련업종을 신고제로 운영해왔는데 회원사에 대한 서비스, 관리수준을 높이기 위해 이같이 법 개정을 추진키로 했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시장의 양대축인 건설과 정보통신이 이익단체별로 각각 설계 및 감리까지 등록제로 바꿔서 독립하는 현상을 막기 위한 맞불작전의 성격이 짙다.

문헌일 한국엔지니어링 진흥협회장은 “ 정보통신공사기술관리법 제정안으로 정보통신설계사 및 정보통신감리사 제도를 신설하면 현행 국가기술자격법상의 자격보유자의 활용 취지나 인정기술자의 확대를 축소하려는 정부의 정책방향과도 어긋난다”라며 “엔지니어링기술진흥법 개정안을 통해 회원사의 이익과 엔지니어링시장 활성화를 꾀하겠다”고 말했다.

한국정보통신감리협회는 부실한 정보통신공사의 감리체계를 바로잡기 위해 반드시 정보통신공사기술관리법의 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KT, SKT와 같은 기간통신사업자들이 규정을 어기고 자체 감리를 남발하는 상황에서 꼭 필요한 법이라고 밝혔다. 감리협회의 한 관계자는 “기간통신사업자의 자체 감리가 허용되면 감리시장의 60∼70%가 준다”라며 “정보통신 설계 및 감리업종을 등록제로 바꿔 방통위의 관리를 받는 게 합리적”이라고 밝혔다.

한국엔지니어링진흥협회는 새 등록제도의 도입은 기업에 엔지니어링진흥협회와 방통위에 이중등록을 하는 부담을 안겨주는 한편, 진입장벽을 높여 대기업만 유리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