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C&C가 비상 경영에 돌입했다. 지난해 아제르바이잔 진출 등 고속 성장을 지속해온 SK C&C로서는 처음 있는 일이다.
8일 SK C&C에 따르면 김신배 부회장은 지난 6일 경기도 분당 본사에서 임원과 팀장 등 직책자 100여명과 가진 ‘CEO와의 대화’에서 세계경제 현실과 관련해 구성원들에게 위기 의식을 강조하며 비상경영상황실(워룸) 설치를 지시했다.
김 부회장은 “세계 경제 위기는 일정 기간 지속될 것이고 우리도 이미 그 태풍 속에 들어와 있다”며 “상황 변화를 즉시 감지하고 신속한 대응과 결정을 필요로 하는 비상경영체계에 착수하기 위해 워룸을 설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워룸의 경우 군대의 ‘종합 사령실’ 같은 곳으로 빠른 투자와 결정을 위해 각종 상황을 전사 차원에서 통합 결정하게 된다. 워룸 설치와 함께 SK C&C는 비상 경영의 일환으로 임원 성과급을 17.2% 반납하고 각 부서별로 40∼50%의 비용을 절감토록 할 방침이다.
비상 상황이지만 SK C&C는 아직 인적 구조조정은 생각지 않고 있다. 강연에서도 김 부회장은 “불황의 터널이 끝나면 인력이 필요해지기 때문에 인건비 유연화 등의 노력을 통해 고용안정을 확보하겠다”고 말해 인적 구조조정은 없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또 “내가 앞장설 테니 오늘이 힘들더라도 내일의 행복을 추구하면서 함께 나가자”며 구조조정 없이도 구성원이 변화하면 위기를 충분히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마무리했다.
사실 이런 SK C&C의 위기 경영은 김 부회장이 다보스 포럼에 다녀온 후 이미 예견됐던 일이다. 김 부회장은 이달 초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수행해 다보스 포럼에 다녀왔다. 3년째 이어지는 행사지만 올해의 경우 그는 글로벌 리더와의 현지 면담 이후 ‘경제 위기’를 더욱 실감한 것 같았다는 후문이다.
베이다르 오글루 알리예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 크리스 고팔라크리쉬난 인도 인포시스 회장 등이 그가 만난 대표적 인물. 귀국 후 그는 사석에서 위기에 대해 자주 언급했고 해결을 위해선 ‘적극적인 해외 진출’이 필수라고 했다는 것이 측근들의 이야기다.
한정훈기자 existe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