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트워크 장비의 성능 향상을 이끌어온 시스코와 주니퍼간의 대용량 경쟁이 ‘2라운드’에 돌입했다. 꿈의 숫자로 여겨지던 테라를 넘어 수십 테라급 장비를 선보이며 공방이 한창이다. 특히 한국은 ‘세계 경쟁의 축소판’이라는 점에서 더 큰 관심을 끈다.
◇주니퍼 신제품 출시…2라운드=한국주니퍼네트웍스가 25테라급 멀티 라우팅 시스템 ‘T1600 메트릭스’를 선보였다. 지난 2007년 출시한 1.6테라급 대용량 라우터 ‘T1600’을 16대까지 연결해 25.6테라급의 성능을 낼 수 있는 제품이다.
기존에 T640을 4대 연결해 2.5테라급 성능을 제공했던 것에 비해 10배 이상 늘어난 성능 구현이 가능하다. 주니퍼는 경쟁 솔루션 대비 크기는 절반 수준으로 줄이고 라우팅 용량은 25% 늘리고 소비전력은 40%까지 줄였다고 밝혔다.
이번 제품 발표는 오는 3분기께 공급을 앞두고 본격적인 마케팅을 시작하기 위해서다. 당연히 경쟁 상대는 시스코가 선보였던 첫 테라급 라우터 ‘CRS-1’이다.
◇최대 용량에 대한 ‘진짜(?)’ 공방=주니퍼는 이번에 제품을 선보이면서 실제 현장에서 25테라를 구현할 수 있는 유일한 제품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시스코는 이미 지난 2005년 CRS-1을 출시하면서 이 제품을 연결하면 최대 92테라까지 성능 구현이 가능하다고 발표했었다.
발표상으로 따지면 주니퍼는 4년 뒤에 시스코 성능의 4분의 1 정도의 제품을 출시한 셈이다.
이와 관련 주니퍼는 실제 설치된 시스코 CRS-1의 최대 구현 성능은 92테라가 아닌 4.8테라급 수준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1.2테라급 CRS-1 4대를 붙여 구현한 게 최대라는 설명이다.
시스코도 실제 적용된 최대 용량이 CRS-1 4대를 붙여 만든 4.8테라급이라는 점은 인정한다. 그러나 이는 구현을 못하는 것이 아니라 통신사업자가 4.8테라급 이상의 용량을 현재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통신사업자가 필요로 하면 언제든지 용량을 늘려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최대 용량은 이론상 ‘무한대’=주니퍼가 공식적으로 밝힌 최대 용량은 25테라비트다. 반면 시스코는 92테라비트다.
현재 공식적인 입장에서는 시스코가 한발 앞선 느낌이다. 하지만 주니퍼는 기술적으로 시스코보다 3배가 넘는 성능을 구현했다고 한다. 물론 비공식적인 입장이다. 현재 수준에서 수백 테라급 장비를 만들어낼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현재로선 두 회사의 이런 주장을 기술적으로 검증할 수는 없다. 통신 네트워크에 실제 적용해야 성능을 알 수 있지만, 이런 대용량 장비를 필요로 하는 통신사업자는 당분간 없을 전망이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