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9 대 3’
프로와 아마추어 야구팀 간 스코어 차이가 아니다. 지난해 9월과 10월 국내에 신규 설치된 태양광발전소 수다. 지난해 8월 73개에 불과했던 신설 태양광발전소 수는 9월 289개로 크게 치솟았다가 바로 다음달 3개로 급격히 줄었다. 전달과 비교하면 신규 설치가 거의 없다시피 한 셈이다. 이처럼 10월부터 급격히 설치 수요가 줄어든 것은 정부가 주는 발전차액 보조금이 10월부터 최대 30%가량 축소된 탓이다. 보조금이 줄어들면 발전으로 벌어들이는 수익이 얼마 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정부 방침 시행 이전에 대거 신청자가 몰렸다.
이 때문에 태양광발전사업자들이 정부 보조금에 지나치게 매달린 나머지 수익성 개선을 위한 노력은 뒷전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업계 관계자는 “어차피 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사업인 이상 영리 추구는 당연하다”면서도 “지어 놓기만 하면 돈이 된다는 생각에 발전 효율 개선을 위한 활동에는 게으르다”고 꼬집었다.
이는 사업 허가 건당 발전 용량 차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지난 2007년 건당 평균 674.1㎾였던 신청 설비 용량은 2008년 들어 314㎾까지 줄었다. 이 역시 10월부터 발전차액 지원제가 설비용량 규모에 따라 차등 지급된 탓이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덜 줄어든 200㎾ 이하로 건설을 추진하려는 움직임이 커져 개별 발전소당 발전 용량은 크게 줄었다. 어떻게 하면 한 푼이라도 더 많은 보조금을 받을 수 있을지에만 골몰하는 셈이다.
사업자들이 수익창출에만 목을 매자 최근에는 태양광발전사업이 부동산 투기 목적이라는 시각마저 대두됐다. 발전소를 건설하면 토지 형질변경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시아 최대 규모의 태양광발전소가 들어선 영월은 일부 임야가 잡종지로 바뀌었다. 충북 청원에 3㎾급 태양광발전소 건립을 추진 중인 A사 관계자는 “태양광 사업 진출 자체가 시장에서 호재인 측면도 있지만, 솔직히 부동산 등 향후 부가 수익모델 창출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IT서비스 업체인 S사는 최근 내부 검토작업을 진행하던 태양광발전 사업 진출을 백지화했다. 부동산 수입 외 별다른 수익원 창출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이처럼 지원금에 의존한 사업구조는 결국 국민 조세부담만 가중시킨다. 태양광전지 원재료인 폴리실리콘 업계가 평균 50%를 넘나드는 엄청난 영업이익률을 유지하고, 핵심공정을 담당하는 셀 업체 또한 15∼20% 안팎의 수익률을 자랑한다. 결국 최종 사용자인 발전 사업자가 받는 보조금이 제조업체들의 영업이익률 유지에 사용되는 셈이다. 보조금의 원천이 국민 조세라는 점에서 심각성이 더해진다.
혈세로 발전사업자에게 보조금을 줄 바에야 차라리 태양광전지 관련 소자·장비·부품·소재 업체에 연구비로 지급하자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현재 발전사업자가 설치하는 태양광전지 중 80% 정도는 모두 외산이다. 국내 업체가 독일·일본 등 선진국에 관련 시장을 내 줬기 때문이다. 전방산업은 더 취약하다. 공급실적이 있는 장비업체는 손에 꼽을 정도다. 핵심 소재 중 하나인 불소필름과 봉지재(EVA 시트) 시장 또한 미국·일본 등 해외 업체로부터 ‘완전 정복’당했다. SKC가 그나마 최근 양산에 들어갔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단기적 효과로만 보면 발전사업자에게 보조금을 지급하는 게 맞을지 모른다”면서도 “향후 산업적인 측면을 고려하면 전방산업군을 뒷받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석현기자 ahngija@etnews.co.kr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2008년 국내 태양광발전소 신규 설치 개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