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호정 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
최근 언론에서 자주 보도되는 ‘탄소배출권 거래제’는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CO₂)의 배출을 억제하기 위해 도입된 강력한 경제적 수단 중의 하나다. 탄소배출권은 2005년부터 EU 국가를 중심으로 본격적으로 거래되기 시작해 높게는 CO₂ 톤당 30유로까지 높은 가격대에서 거래됐다가 최근 글로벌 경기침체와 유가하락으로 10유로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탄소배출권거래제는 기업에 도전이자 기회기도 하다. 하나의 탄소배출권은 CO₂ 1톤을 배출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하는데, 만일 어느 기업이 배출권을 확보하지 못하면 화석연료의 사용과 그에 따른 생산활동에 제약을 받게 된다. 보유한 배출권의 양이 자신이 배출한 CO₂의 양보다 적을 경우에는 소정의 페널티를 지급해야 한다. 현재 EU에서는 이 같은 초과배출량에 CO₂ 톤당 100유로의 높은 페널티를 부과하고 있다. 페널티를 치르지 않으려면 탄소배출권 시장에서 높은 가격을 내고서라도 배출권을 매입해야 한다. 한편, 기업이 나름대로 노력해 온실가스의 배출을 줄여 배출권이 필요 이상으로 많이 있다고 판단되면 이를 시장에서 매도할 수 있다.
탄소배출권은 재화를 생산하는 기업만 거래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전문적인 금융거래 기관도 관심을 가질 수 있다. 배출권의 매입과 매도의 메커니즘은 증권거래소에서 주식이나 선물을 사고파는 것과 유사해 저가매입에 고가매도를 통한 차익의 실현을 목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 특히, 자본시장통합법이 시행됨에 따라 탄소배출권 등 다양한 파생상품의 개발이 보다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되며, 배출권의 특성상 선물거래도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탄소배출권 본연의 취지가 금융파생상품보다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규제적 수단이라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점에서 EU는 전문적인 탄소배출권 거래시장을 따로 개설하거나 전력거래소가 거래의 중추적 기능을 맡도록 하고 있다. 배출권 거래시장은 배출권 실수요자 중심으로 편성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인식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월스트리트와 우리나라의 키코 파생상품에서 경험했듯이 파생상품의 관리에는 금융당국의 엄격한 모니터링과 불공정 거래, 비대칭 정보에 관한 관리, 감독 기능이 강화돼야 한다는 교훈을 배웠다. 탄소배출권이 파생상품의 투기적 열품으로 기업에 과도한 재정적 부담이 되지 않으며, 또 그 부담이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일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국내에서도 탄소배출권은 향후 실수요자 위주로 거래되도록 제도가 설계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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