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10년 불황에서 살아남은 소매기업들은 △브랜드 △재미 △공급망관리 △타깃팅을 중시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는 9일 ‘일본 소매업의 혁신사례와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오랜 불황 속에서 생존한 소매기업의 비결은 ‘B·E·S·T’라는 4가지 키워드로 압축된다고 밝혔다. 상의는 “일본 소매업이 지난 10년간 제로 성장을 한 가운데서도 △브랜드(Brand) △재미(Entertainment) △공급망 관리(SCM) △타깃팅(Targeting)에 역점을 둔 소매업체, 이른바 ‘B.E.S.T’ 기업들이 100% 이상의 성장세를 구가 했다”며, “이에 대한 벤치마킹을 통해 얼어붙은 국내 소비시장에 훈풍을 불어넣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일본의 ‘패스트리테일링’회사를 브랜드를 키운 기업으로 소개했다. 이 회사는 ‘유니크로’라는 브랜드로 대대적인 상품과 기업 이미지 광고를 단행, “소모적인 가격 경쟁에 빠지지 않는 브랜드 파워를 만들어냈다”며, “일본 불황 10년간 775%의 성장을 일궈냈다”고 분석했다.
‘재미’ 키워드의 대표기업은 ‘마츠모토기요시’. 젊은 여성을 위한 엔터테인먼트형 드러그 스토어(의약품 판매점)를 표방한 이 기업은 10년간 111%의 매출 증가세를 기록했다. ‘영수증에 짝사랑하는 남자 이름을 적어라. 점장이 그것을 찢으면 그 남자와 사랑이 이뤄진다’라는 소문이 여고생들에게 퍼지면서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다.
공급망 관리로 높은 성장세를 유지한 기업은 ‘니토리’이다. 가구 체인기업인 니토리는 해외로부터 상품을 조달하는 공급망 네트워크를 구축해 기획·제조·물류·판매를 일괄 관리하는 ‘제조 소매업형 비즈니스모델’을 정착시킨 것이 성공의 비결로 풀이됐다. 이 회사는 일본 내 대형물류센터가 담당했던 재고비축 기능을 중국으로 이전해 경비를 줄였으며, 세계 270개 회사로부터 제품을 공급받는 등 해외로부터 직수입을 통해 40%대에 이르던 이익을 55%까지 끌어올리면서 20년 연속 이익 증가를 실현했다. ‘일본의 잃어버린 10년’간 438% 성장했다.
‘타깃팅’의 성공 모델은 ‘아스쿠루’. 이 회사는 법인을 목표로 오피스 시장에서 성공의 길을 걸었다. 보고서는 “이 회사가 종래 유통채널이 경시해 왔던 법인고객을 타깃으로 설정, 10년 동안 무려 1562% 성장을 거뒀다”고 분석했다. 블루오션 비즈니스의 전형적인 모델인 셈이다.
아스쿠루는 중소 규모 법인에서는 문구용품이 필요할 때마다 직원이 직접 문구점에서 물건을 구매한다는 점을 간파, 타사 제품을 포함한 모든 오피스 관련 상품을 제공하는 ’일괄구매 쇼핑’ 서비스를 업계 최초로 시도해 고객 편의성을 높였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일본에서 큰 성공을 거둔 기업의 공통점을 살펴보면 업계에 존재하는 제도, 관습, 상식 등 기존의 틀을 깨고 새로운 비즈니스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었다”며 “차별화된 핵심 역량만이 불황에 살아남는 성공 DNA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동규기자 dk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