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주에 사는 포터 맥코넬(30)씨. 그녀는 지난해 여름부터 케이블이나 위성 등 유료 TV방송(Pay TV)를 모두 해지했다. 요금이 슬금슬금 오른다는 생각 때문이다. 대신 공중파 TV를 보면서 케이블 인기 프로그램은 인터넷으로 찾아보거나, 애플의 동영상 서비스 아이튠스(iTunes)에서 직접 TV 프로그램을 구매하는 방법으로 소비 욕구를 해결한다. 영화는 월 15달러의 DVD 우편서비스 넷플릭스를 이용한다. “이 방법이 가장 경제적이예요.” 맥코넬씨가 유료 방송을 끊은 이유다.
미국 유료방송 서비스가 경기 한파로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고 AP가 보도했다. 경기 한파로 소비자들이 푼돈을 따질 정도로 지출에 민감해진데다 온라인 방송 서비스의 품질이 날이 갈수록 좋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대의 적’ 온라인 동영상=최근 케이블이나 위성방송을 해지하고 유튜브·훌루닷컴·주스트·베오 등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로 발길을 돌리는 사용자가 많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원하는 프로그램을 골라 볼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컴스코어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미국 내 온라인 동영상 시청 건수는 무려 143억건으로, 전월에 비해 13% 증가했다. NBC와 폭스TV의 합작으로 탄생한 동영상 서비스 훌루닷컴을 통해 프로그램을 본 사용자는 지난해 12월 2400만명으로 최고 기록을 수립했다.
독립 인터넷방송인 주스트(Joost)의 성장도 눈에 띄었다. 주스트 사용자들의 지난달 온라인 동영상 시청 시간은 총 81만8000시간으로 전월에 비해 25%나 늘었다.
미디어 조사기관인 IMM이 프라임 시간대 3000명의 TV 시청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최근 조사 결과, 20%가 온라인에서 TV를 시청했다. 조사기관인 퓨인터넷&아메리칸라이프 프로젝트에 따르면 미국 성인의 57%가 집에서 초고속인터넷 서비스를 활용한다.
◇더 무서운 10∼20대=기존 유료 방송업체들은 온라인 방송 자체보다 젊은 세대의 시청 행태가 변화하고 있다는 점을 더 두려워하고 있다. 온라인을 통해 TV를 보는 것이 여전히 불편한 ‘올드 세대’와 달리 10대와 20대는 인터넷으로 미디어를 접하는 것이 익숙하다.
퓨인터넷&아메리칸라이프 프로젝트의 조사에서 18∼29세는 온라인 동영상을 본 경험이 72%에 달하지만, 50∼64세는 34%에 불과하다. 10∼20대가 향후 주 시청세대로 부상한다는 점에서 이들의 시청 습관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기존 방송, 변신의 시간 얼마 없다=전문가 중에서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의 급격한 성장세에도 불구하고 기존 유료방송을 따라잡는 데는 아직 한계가 있다는 지적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콜로라도주에 거주하는 IT 엔지니어인 로널드 루이스는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아직 인터넷으로 TV를 볼 준비가 덜 됐다”며 “케이블TV 사업자들이 수십억달러를 투자해 구축해 놓은 서비스를 따라잡기 위해 온라인 동영상 사업자들도 그에 상응하는 투자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비용 부담으로 프리미엄 방송 채널을 해지한 한 소비자도 “PC로는 같은 방송을 같은 시간대에 두 사람이 보려면 너무 불편하다”면서 “소파에서 TV를 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극심한 경제 위기에 시달리는 미국 소비자들로서는 유료방송 요금이 큰 부담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지난해 2월 미 연방통신위원회 조사 자료에 따르면 미국 한 가정이 지출하는 케이블방송요금은 84.59달러에 달한다. 2년 전보다 21%나 늘어났다.
글렌 브리트 타임워너 CEO는 최근 애널리스트를 대상으로 한 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드디어 가입자들이 이탈하기 시작했다”면서 유료 방송의 위기감을 드러냈다.
정확한 통계는 나오고 있지 않지만 미국 2위 케이블사업자인 타임워너는 지난 4분기 11만9000명의 기본 가입자를 잃었다.
김유경·류현정기자 yuky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