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용 LG전자 부회장은 “환율 효과에 따른 착시 현상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 부회장은 “최악의 경기 시나리오를 예상하고 있다”며 “위기 극복과 침체 이후 준비 차원에서 비용 3조원을 줄일 수 있는 절감 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남용 부회장은 휴식 없이 한 시간가량 진행한 올해 첫 기자간담회에서 실물경기 하락으로 최악의 상황을 예상하지만 이미 지난해 8월부터 이를 감지해 선제 대응에 나선 상황이라며 지금은 오히려 침체 이후를 고려한 사업과 조직 운영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 여파는 어느 정도인가.
▲좋지 않다. 12월과 1월 기준으로 일부 지역은 수요가 최고 80%까지 빠졌다. 동유럽을 포함한 CIS 지역은 60∼80%까지 줄었다. 미국 가전 시장은 30% 가까이 줄었다. 전 세계적으로 20∼30% 전년에 비해 시장 수요가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환율이 경쟁 국가에 비해서 좋아 아직 실제적인 위기감은 약하다. 그러나 환율은 ‘폭탄’을 한 손에 들고 있는 격이다. 언제 환율이 우리에게 독약으로 돌아올지 모른다.
-인력·조직 구조조정 계획은.
▲인력 감원은 없다. 대신에 성장사업 쪽으로 인력을 조정할 계획이다. 국내 조직 인력 가운데 20% 정도를 재배치한다. 대략 일본 기업이 1만∼2만명 줄이는 것은 영업이익률 면에서 2∼4%의 개선 효과가 있다. 이는 굳이 인력을 조절하지 않더라도 비용 절감과 생산성 혁신을 통해 가능하다. 조직은 이미 기업시장(B2B)에 맞춰 개편을 끝낸 상태다. 사업 구조조정의 원칙은 단순하다. 현금 흐름이 플러스면 유지고 마이너스면 아웃(퇴출)이다. PDP사업도 이 논리에 따라 판단한다.
-비용 절감 3조원은 어떤 부분에서 이뤄지나.
▲8만2000명 전 사원이 위기극복에 얼마나 동참을 하는지에 해답이 있다. 이미 지난해 8월에 위기가 올 것으로 생각을 했다. 사원들이 자발적으로 줄일 수 있는 방안을 찾았고 이미 7000억원을 실제로 줄였다. 이어 진행한 2차 절감 프로젝트에서는 1조2000억원가량을 줄이는 데 성공했다. 회사 차원에서는 매출에서 영업이익을 빼면 모두 구매의 영역이다. 이를 줄이겠다. 세부적으로 재고 자산 축소, 매출 채권 현금화, 공급망 관리 최적화 등에서 이미 효과가 나고 있다.
-올해 휴대폰 전략은.
▲미국·중남미·유럽·국내에서 프리미엄 전략을 구사해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뤄냈다. 올해부터는 중국·CIS·중동과 아프리카및 아시아 등 4대 신흥 시장을 적극 공략한다. 특히 신흥 시장에서 상위 30% 시장을 먼저 공략하고 나머지 70% 시장에 진출한다. 인도 시장을 보자. 상위 30%에서 전체 시장 이윤의 70%가 발생하는 구조다. 상위 30% 시장에 안착하는 게 목표다. 그렇다고 시장 점유율을 위해 수익성을 포기하지는 않겠다. 최근 이슈가 된 캐나다 휴대폰 리콜은 LG에 오히려 도움이 됐다. 리콜이 LG 브랜드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는 없겠지만 크게 걱정할 수준은 아니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