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증현 장관 “일자리 창출 최우선”…조기 추경 추진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경기 대책을 조기에 추진해 더 이상의 경기 하강을 막고, 경제 체질 개선을 통해 대외 여건이 더 악화되더라도 경제가 흔들리지 않도록 하겠다”며 “위기 이후 재도약할 수 있는 씨앗 뿌리기에 중점을 두겠다”고 밝혔다.

윤 장관은 10일 과천정부청사에서 가진 취임식에서 “거시정책을 확장적으로 운용하는 등 내수 진작을 통해 일자리 창출에 최우선을 두겠다”며 “유동성을 계속 공급하고 가급적 조기에 추경을 추진하겠다”고 경기 불황 타결을 위한 정책 방향을 설명했다.

그는 “내수와 수출 동반 부진으로 작년 4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기 대비 5.6% 감소하는 등 실물경기가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며 “그러나 국민이 피부로 느끼는 어려움은 지표상 숫자를 훨씬 뛰어넘고 있다”고 우려했다. 또, “국제 금융시장에는 불안 요인이 상존하며 세계 경기침체도 상당 기간 지속될 수 있다”고 예측하고 “금년에 성장과 고용이 플러스를 보이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내다봤다.

윤 장관은 대외 여건이 더 나빠질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6개월, 1년 후를 내다보고 위기 상황의 전체 그림에 대한 판단을 기초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이를 위해 “컨틴전시 플랜도 수시로 점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경쟁력을 상실한 기업이 정리돼야 경쟁력을 갖추고 창의적·혁신적 기업에 자금이 물 흐르듯 공급될 수 있다는 소신을 밝혔다. 그는 금융 기능 정상화를 위해 “기업 구조조정이 채권금융기관을 중심으로 적기에, 실효성 있게 이뤄지도록 뒷받침할 것”이라며 “자본확충펀드로 금융기관의 자본건전성을 지원하되, 필요한 경우 선제적인 자본 투입과 신속한 부실채권 정리가 이뤄질 수 있게 법적, 제도적 기반도 미리 마련해 둬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윤 장관은 “일자리 지키기 대책과 신 빈곤층 등 취약 계층에 대한 경제사회 안전망을 확충할 것”이라며 “고용 촉진을 위한 거시 경기 대책은 물론 미시 대책도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일자리 대책의 실효성을 확보하고 노동시장 제도를 선진화해야 할 것”이라며 “특히, 청년의 고용 가능성을 높일 수 있도록 인턴제를 활성화하고 인력의 공급이 실물 부문의 수요에 맞도록 유도해 나갈 것”이라고 추진 방안을 설명했다.

위기 이후를 대비하겠다는 발언도 나왔다. 윤 장관은 “위기 이후 재도약을 위한 성장잠재력도 확충하겠다”며 “교육·의료·관광 등 서비스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원 제도를 정비하고 토지이용, 기업창업 등 규제 개혁을 통해 민간투자 확대 여건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녹색기술·첨단융합산업 등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발전시키고, 이를 위한 세부추진 계획도 마련하겠다”고 밝혀 앞으로 녹색 성장을 위한 노력에 힘을 기울이겠다는 의사를 분명히했다.

그는 “현 위기 상황은 경제 정책만으로는 대응에 한계가 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경제 주체들의 합심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집단이기주의에 벗어나야 하고 나눔과 베품의 분위기가 민간의 자발적 위기극복 협력운동으로 전개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윤 장관은 “경기 침체를 하루아침에 정상궤도로 올려 놓을 요술방망이는 없다”고 경제 정책 운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정책에 대한 신뢰 회복이 시급한 과제”라고 지적하고 “정책결정 과정에서 소통을 통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결정된 정책은 일관성 있게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끝내지도 못할 일을 쏟아내어서는 안된다”며 “필요한 시기에, 필요한 강도로, 필요한 부문에 시행될 때 성과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경제팀 및 유관기관과의 팀워크를 통해 시장에 일관된 메시지 전달하고 재정부가 정책이나 부처간 이견을 조율하는 ‘합리적인 조정자(Coordinator)’ 역할을 하겠다”며 “타 부처 의견에도 귀 기울이고 존중하는 ‘열린 조직’으로 만들겠다”고 전했다.

윤 장관은 ‘길이 멀면 허공도 짐’이라는 시인 조정의 표현을 인용해 “하루하루 힘겹게 넘어가는 요즘 경제상황은 그만큼 어렵다”며 “겨울이 마냥 길 수 없는 만큼 누구보다 먼저 잎을 내고 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겨울눈(冬芽)을 준비하고 추위를 견뎌내야 할 것”이라며 헌신과 노력을 당부했다.

서동규기자 dk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