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공교육, 로봇이 해결한다

영어 공교육, 로봇이 해결한다

  “저기 선생님 오시네. 수업해야지”

경기도 일산의 한 영어학원. 초등학생과 원어민 교사(닉네임 M. J) 간의 일대일 회화수업이 막 시작됐다. 그런데 학원 안에는 원어민 강사가 한 명도 없다. 이 곳은 세계 최초로 통신로봇을 이용한 원격교육(R-러닝)을 성공리에 도입한 확인영어사의 8개 지방 자율학습센터 중 하나이다.

확인영어사는 원어민 강사를 국내에 초빙하는 경제적 부담을 덜기 위해 지난해 9월 로봇교사를 과감히 도입했다. 로봇이 영어수업을 진행하는 원리는 간단하다. 해외에 거주하는 원어민 강사가 국내 학원가에 배치된 통신로봇을 인터넷으로 조정하면서 학생들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끈다. 필리핀 마닐라에 거주하는 ‘M.J 선생님’은 벌써 두달째 통신로봇을 통해서 한국 일산의 초등학생들에게 영어회화를 가르치고 있다.

◇학습효과 기대 이상= 학원에서 통신로봇을 켜면 미리 정해진 IP주소로 접속되면서 스카이프 메신저가 작동한다. 잠시 뒤 상단부 모니터에 원어민 강사의 얼굴이 뜨는데 화질은 VGA급으로 교육용으로 충분하다.

로봇의 동작제어는 별도의 프로그램을 PC에 설치한 다음 키보드를 조정해 전후좌우 로봇을 움직인다. 학생들의 반응을 살피면서 강의실 안에서 움직이기에 강사와 학생이 직접 만나는 오프라인 교육환경과 다를 바 없다. 학생들이 로봇교사에 느끼는 호감도와 양방향 학습효과는 기대 이상이다.

쉬는 시간이 되자 통신로봇(교사)이 강의실에서 나오더니 아이들과 장난을 치면서 논다. 움직이는 로봇이 화상통신과 접목하면서 인격체로 바뀌었다. 학원측은 외국인 강사를 직접 고용한 것과 별반 차이가 없고 실제 강의보다 나을 때도 있다고 밝혔다.

최미라 원장은 “내성적인 학생은 외국인 강사와 직접 대화하길 꺼리는데 통신로봇에는 마음을 쉽게 연다”고 말했다. 또 “지난 두달간 로봇강의를 실시한 결과 기대 이상으로 교육효과가 뛰어났다”며 “외국인 강사가 로봇을 너무도 능숙하게 다뤄 놀랄 일이 많다”고 평가했다.

◇원어민 강사 부족의 해결책= 요즘 영어공교육 열풍을 타고 원어민 강사 수요가 급증하지만 서울과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은 아직도 외국인 강사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 로봇기반 원격수업은 원어민 강사를 한국에 초빙하지 않고도 동일한 학습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교육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확인영어사의 김소영 부장은 “R-러닝의 차별화된 교육효과는 이미 검증됐다고 본다. 통신로봇의 높은 가격문제만 해결되면 영어교육시장에 큰 변화가 올 것이다.”고 전망했다. 회사측은 통신로봇이 대당 200만원대로 공급되길 바라고 있다. 취재를 마치고 로봇에게 “땡큐∼ 바이 바이!”라고 얘기하자 어디선가 예쁜 목소리가 들린다. 필리핀 여선생님이 로봇의 화면 안에서 손을 흔들고 있다. 솔직히 좀 놀랐다.

일산=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