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개발을 고민하는 중소기업이라면 계산능력이 국내 최고인 슈퍼컴퓨터의 도움을 받아보라.’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원장 박영서) 현관을 지나 1층 왼쪽 복도로 돌아 들어가면 일렬로 늘어선 최첨단 슈퍼컴퓨터가 윙윙거리는 소음과 함께 24시간 쉬지않고 가동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IBM과 선 시스템으로 구축중인 슈퍼컴 4호기의 가동 현장이다. 이 슈퍼컴 연산 능력은 자그마치 초당 322조 번이나 된다.
KISTI는 이러한 슈퍼컴퓨팅 자원을 기반으로 ‘첨단장비 활용 기술개발사업’을 펼치고 있다.
슈퍼컴퓨팅 자원과 기술을 필요로 하는 기술혁신형 중소기업, 부설연구소 보유 기업 및 벤처기업에 다양한 슈퍼컴퓨팅 서비스를 제공한다.
실제 이 슈퍼컴퓨팅의 컴퓨터시뮬레이션을 통해 신차 모델의 공기저항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쎄딕 전완호 이사는 “자동차 공력 자동해석 시스템을 만드는 데 있어 슈퍼컴의 지원은 절대적”이라며 “2년 걸리던 해석 시스템 개발 기간을 6개월로 단축시켰다”고 말했다.
쎄딕이 이 결과를 얻기까지 사용한 순수 슈퍼컴 사용 시간은 총 514만 8000초다. 날짜로 59일이 소요됐다. 이를 통해 절약한 비용은 수억원대, 특히 시장 선점을 통해 얻은 미래 잠재 가치까지 계산할 경우 수십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KISTI 이지수 슈퍼컴퓨팅본부장은 “세계 10위 수준의 슈퍼컴퓨팅 자원을 기반으로 기술과 장비, 전문인력, 자금이 부족한 중소기업 기술개발을 지원해 글로벌 시장경쟁력을 지닌 제품을 창출하려 한다”며 “260여명의 슈퍼컴퓨터 전문 인력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개별 기업의 R&D에 가장 적합한 전문가를 찾아 맞춤형으로 기술지도와 자문을 받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KISTI는 중소기업 연구자들이 슈퍼컴퓨터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더라도 웹상에서 쉽고 편하게 슈퍼컴퓨터를 활용할 수 있도록 e엔지니어링 환경을 구축중이다. 특히 ‘공학해석 전문가 양성 프로그램’ 등 사업에 참여하는 기업체 직원과 학생들이 슈퍼컴퓨팅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습득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공학해석전문가 양성프로그램은 중소기업청과 연계돼 총 사업비의 75% 수준에서 출연금 지원이 가능하다. 지난해에만 43개 과제에 총 55억원의 예산이 지원됐다. 올해부터는 과제당 정부지원금의 한도를 2억원으로 상향 조정한다.
이지수 본부장은 “중소기업에 슈퍼컴이 유용한 건 사실이지만 관련 전문 인력을 갖출 만큼 여력이 있는 기업이 거의 없기 때문에 웹상에서 슈퍼컴퓨터를 활용하되, 슈퍼컴을 쓴다는 사실도 잊을 만큼 아주 쉽고 편리한 환경을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