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연 개혁, 법적 뒷받침이 관건"

 정부 출연연구기관의 인력 10%를 해외에서 유치하고, 원장을 해외 석학에 개방하는 것을 골자로 한 정부의 출연연 개혁방안이 법적·제도적 뒷받침이 없으면 성공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본지 11일자 2면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주최로 11일 서울 역삼동 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정부 출연연의 바람직한 역할방향과 효율화·일류화 추진방안에 관한 종합토론회’에서 연구원들은 외국인 기관장과 연구원을 초빙해 성공한 사례가 거의 없었다며 반발했다. 참석자들은 정부 개혁방안이 법과 제도적인 뒷받침 없이 현 제도하에서 추진된다면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한 참석자는 “과거 한국과학기술원(KIST) 원장으로 능력있는 한국계 외국인을 모신 사례가 몇번 있었지만, 모두 평가가 좋지 못했다”면서 “외국에서 국가 주요 연구기관장을 다른 나라 사람에게 맡긴 경우가 있고, 얼마나 성공했는지 케이스 스터디 해봤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송병선 기획재정부 연구개발예산과장은 “출연연의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라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업비 구조, 평가제도 및 지표, 과제 공모제도 등 다양한 측면에서 모두 개선돼야 한다”며 제도개선 필요성을 역설했다.

 금동화 KIST원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해외 석학 등 훌륭한 후임 원장이 오더라도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예를 들면 원장 임기가 현재처럼 3년이면 부족하고, 기관 고유사업보다 외부 과제에 의존하는 것이 더 많은 현 구조와 달리 원장이 자율적으로 쓸 수 있는 예산도 부여돼야 한다”고 말했다. 금 원장은 “외국인 연구자 초빙 문제도 다양성을 확보하고 국제화 마인드를 키우기 위해 이미 이전부터 추진됐어야 하는 일이었다”라면서도 “그러나 외국인 정주여건과 영어사용 시스템 등이 출연연과 사회전반에 갖춰지지 않으면 제대로 시행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교과부 노환진 연구기관지원과장은 “아직 정부안이라고 말할 단계는 아니고, 토론회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고 이를 국가과학기술위원회에 올리겠다”며 “사대주의라는 논란이 있지만, 선진국식 연구경영을 도입해 보는 새로운 시도로 봐달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날 출연연에 해외 연구인력을 개인·그룹 단위로 유치하는 ‘세계 수준의 연구소(WCI)’ 사업을 2010년부터 추진할 것이며, 출연연 인력 중 10% 정도를 외국인으로 영입하고, 운영시스템도 서구적인 시스템으로 전환한다고 발표했다. 교과부는 이같은 방안을 KIST에 우선 적용하는 ‘KIST 허브’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원장도 해외석학에 개방하기 위해 ‘원장 서치커미티’를 구성해 물색중이라고 밝혔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