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예술 작품을 여러 곳에 우려먹는다는 ‘원소스멀티유스(OSMU)’는 이전에 주로 애니메이션이나 만화에서 통용되는 말이었다. 책 안에 머물던 텍스트가 영상이라는 새로운 플랫폼을 만나 밖으로 커밍아웃하게 되는 사례가 많았다. 그러나 최근엔 책이 아닌 영화를 소재로 한 OSMU 작품들이 간간이 눈에 띈다. 드림걸즈·미녀는 괴로워 등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개봉 당시 많은 스타와 에피소드를 만들어냈던 ‘주유소 습격사건’이 가세된다.
동명 뮤지컬은 영화 ‘주유소 습격사건’의 10년 만의 귀환이라 불리며 제작 당시부터 많은 시선을 끌었다. 제작엔 싸이더스FNH가 참여했다. 이번 주인공도 역시 4명이다. 지난 1999년 개봉해 온 국민을 코미디에 빠져들게 한 영화 주유소 습격사건이 뮤지컬로 돌아온다고 했을 때 많은 이가 우려를 표했다. 다소 액션이 큰 영화를 좁은 무대에서 잘 활용할 수 있을까. 물론 공개는 아직 한 달여(3월 12일)나 남았지만 관계자들의 전언에 따르면 일반인의 걱정을 해소할 만한 강력한 흡입력이 존재한다. 그도 그럴 것이 먼저 같이 하기로 한 사람들이 대박이다. 개성과 대중성을 두루 갖춘 김달중 연출에 원년멤버 손무현 음악감독과 박정우 작가의 만남이 새롭다. 뮤지컬은 아직 한창 연습 중이라 자세한 내용이 없다. 다만 현재까지 공개된 내용은 이렇다.
“심심한데 주유소나 털까?”라는 말 한마디로 시작된 한밤의 습격. 아무런 생각도 없이 목표도 없이 주유소를 습격했던 꼴통 4인방이 영화에 이어 뮤지컬 무대를 습격한다. 꼴통 4인방의 리더 노마크, 노래 없이 살 수 없는 딴따라, 일자무식 ‘모두 대가리 박아!’를 외치는 무대포, 붓과 페인트로 전위예술을 하는 빼인트. 여기까진 영화와 같다. 뮤지컬은 여기에서 한발 더 나간다. 일단 스태프가 프로다. 서울예술대학과 산학협력으로 제대로 교육받은 뮤지컬 전문가들이 ‘주유소 습격사건’에 포진했다. 이와 함께 독특한 구성도 기대된다. 완성도 높은 작품성과 폭넓은 대중성을 위해 대학로와 충무로의 베테랑 스태프로 구성된 이번 작품은 특히 무대와 영상의 만남이라는 파격적인 무대 연출이 등장할 것으로 제작사는 이야기하고 있다. 삼성동 백암아트홀에서 시작되는 공연에 앞서 조금이라도 내용을 알고 싶다면 홈페이지(www.ggoltong.co.kr)를 방문하기 바란다. 이곳엔 영화에 쓰이는 음악과 각종 에피소드가 담겨 있다. 덤으로 전국 주유소 정보도 제공된다.
한정훈기자 existe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