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이노베이션 글로벌 포럼]`경제위기 시대 기술혁신전략` 토론회

[오픈이노베이션 글로벌 포럼]`경제위기 시대 기술혁신전략` 토론회

  ‘전 세계 연구개발(R&D) 인력·성과를 활용하는 개방형 투자 전략으로 경제위기 이후를 적극 대비하라.’

경제위기의 골이 깊어지는 가운데 기업들의 R&D 투자도 위축되고 있다. 위기일수록 좀 더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는 당위성은 인정하지만 자금압박으로 쉽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R&D 자산을 전 세계 기업과 공유하는 ‘개방형 혁신(오픈이노베이션)’ 전략이 주목받고 있다. 전자신문은 지난 12일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오픈이노베이션 글로벌 포럼’의 일환으로 ‘경제위기 시대 기술혁신전략’ 지상토론회를 주최했다.

이날 토론회는 김용근 한국산업기술재단 이사장과 현재호 테크노베이션파트너스 대표를 비롯해 빔 반하베르베케 하셀대학 교수, 존 프레드릭슨 이노센티브 부사장, 스킵 데이비스 나인시그마 부사장 등 오픈이노베이션 분야 글로벌 전문가가 참석했다. 참석한 패널들은 전 세계 R&D 자원을 공유하고 적극 활용하는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을 도입할 것을 주문했다. 복득규 삼성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 사회로 진행된 토론회를 지상 중계한다.

◇사회=경제위기 속에서 정부와 기업, 소비자, 생산자가 국내 및 국제 교류 없이 기술을 팔 수 없는 시대가 왔다. 그만큼 오픈이노베이션은 기업과 국가 경쟁력의 핵심요소다. 우선 경제위기 속에서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의 의미를 논의해 보자.

◇반하베르베케=경제위기에 투자 자금이 부족한 것은 오픈이노베이션 시스템에선 중요하지 않다. 작은 기업일수록 기술력만 있다면 지금이 바로 R&D 자원을 공유하고 경제위기 이후를 적극적으로 대비할 수 있는 적기다.

◇데이비스=오히려 중소기업들이 지식재산권을 다른 기업에 개방하면서 그 대가를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는 점에서 오픈이노베이션은 경제위기 상황의 가장 효율적인 투자전략이다. 경제 상황이 좋아질 때까지 기다릴 수 없으며 지금이 바로 새로운 상품과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시기다.

◇현재호=경제위기 이후를 대비해야 하는 상황에서 R&D 투자를 줄일 수 없다. 줄이더라도 그만큼의 효율적인 R&D 투자가 이뤄져야 하는데 그 방법 중의 하나가 오픈이노베이션 개념을 도입하는 것이다. 전 세계 R&D 자원을 내가 쓸 수 있는 자원으로 활용해서 경제위기 다음을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 한국의 R&D 시스템을 글로벌 네트워크에 접속시켜 변방이 아닌 중앙으로 도약해야 한다.

◇김용근=경제위기에 국가경쟁력을 어떻게 높이는지가 더 중요하다. 대학, 기업, 연구소 등 R&D 주체 간 벽을 오픈하는 것이 경쟁력이며 국가 산업기술의 기본적인 에코시스템이 될 것이다.

◇사회=오픈이노베이션이 활성화돼야 한다는 데는 모두가 동의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기존의 산학연 협력이나 공동 라이선싱, 공동연구 등과 오픈이노베이션이 다른 점은 무엇인가.

◇현재호= 기존에도 산학연 협력을 어떻게 촉진할 것인지에 대한 정책은 많이 있었지만 오픈이노베이션은 기존 시스템의 업그레이드, 즉 전 세계에 있는 연구 자원을 얼마나 많이 활용할 것인지가 핵심이다. 즉 기존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해 산업 생태시스템을 만드는 것으로 이는 개별 기업 간 R&D 성과 공유인 ‘일대일’ 관계가 아니라 ‘다 대 다’의 네트워크 관계로 변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연구인력은 20만명 수준으로 전 세계 1%밖에 안 되는데 나머지 99%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하베르베케=오픈이노베이션은 개발 인력 자원의 교류로 기업이 보유한 지식재산을 움직이도록 하는 것이 핵심 요소다. 수직적이기보다는 수평적인 관계와 정보의 공유 마인드를 확산하는 게 필수 과제다.

◇프레드릭슨=다양한 분야의 기업 및 연구 인력들과 경험과 지식을 교류하면 당면한 과제를 의외로 쉽게 개선하거나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찾을 수 있다. 여기에 오픈이노베이션의 가치를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국가 R&D 정책을 펼칠 때도 젊은 연구자들에게 오픈이노베이션을 적용하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사회=한국 정부 차원에서도 오픈이노베이션 도입 사례를 부연설명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

◇김용근=한국 정부와 산업기술재단은 대학교에서의 학문 간 벽을 트는 데 최선을 노력을 다하고 있다. 공과대학 내에 공학교육혁신센터를 50개 대학에 구축했으며 미국 등 선진국과 공동연구를 추진하는 등 함께하는 R&D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사회=많은 중소기업이 오픈이노베이션을 하게 되면 자사의 기술이나 경쟁력이 노출될 수도 있다는 우려를 갖고 있다. 지식재산권 보호 문제가 핵심 이슈인데 어떻게 해결 가능한가.

◇프레드릭슨=애플이 예전에는 모든 지식재산권을 독점하려는 경향이 있었지만 애플앱 서비스에서도 볼 수 있듯 외부 애플리케이션 개발자들이 상품을 개발하고 보상받기 시작하면서 애플은 다시 주목받게 됐다. 이 사례에서 알 수 있듯 지식재산권을 독점하는 것이 아니라 공유하는 것이 해결방안이며 보상을 해주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반하베르베케=특정 분야의 오픈이노베이션 컨소시엄을 확보하는 것이 해결방안이 될 수 있다. 누구의 지식재산인지를 거론하기 전에 모두의 지식재산이라는 컨셉트 합의만 가능하다면 컨소시엄을 거쳐 다수의 기업이 서로 라이선싱을 공유하는 관계를 만들 수 있다.

◇현재호=오픈이노베이션은 쉽게 말해 기업이 가진 기술이나 아이디어를 내놓는 것이기 때문에 보상 여부가 매우 중요하다. 기업이 아이디어를 냈을 때 보상받을 수 있는 체계적인 시스템을 정부가 강력히 만들어야 한다.

◇김용근=동의한다. 민간 시장에서 이노베이션을 주도하고 연결해주는 기업이 많아지는 것이 중요하다. 제도적으로 민간 차원에서 중개하는 기업이 많아져야 한다. 지식재산을 조정해주고 관리, 집합시키고 사업화시키는 민간기업이 나타나야 하고 정부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사회=마지막으로 한국 산업계에서의 오픈이노베이션 성공 요인에 대한 조언을 들어보고자 한다.

◇김용근=한국은 선진국과는 달리 중소기업의 대기업 의존도가 높고 비즈니스 문화도 기술을 개발한 사람이 혼자 성공하고 싶어하는 사례가 많아 전체적으로 생산성이 떨어진다. 하지만 IT 발전 속도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한국은 변화의 적응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국가적으로 붐을 일으키기 위해 노력한다면 충분히 가능하다.

◇데이비스=정부가 오픈이노베이션 성공을 가능하게 하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우선은 경험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장기적으로 보상제도도 강화돼야 한다. 연구소 내에서 문제를 해결하기보단 외부 지식정보를 활용해 문제를 더 빨리 해결하고 도움을 준 이들에게 더 적정한 보상을 해주는 시스템을 한국 정부가 구축해야 한다.

◇프레드릭슨=한국은 오픈이노베이션을 도입하는 데 지정학적으로 유리한 이점을 지니고 있다. 오픈이노베이션 도입 여부를 생각하는 데 시간을 쓴다면 기회를 놓칠 수 있으며 ‘저스트 두 잇(Just Do It)’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사회=이상으로 여러 전문가가 지적해 준 과제를 한국 정부, 기업, 대학, 연구소가 빠르게 풀어낼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좌담회를 마치겠다.

김민수기자 mim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