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위성 우주서 충돌

통신위성 우주서 충돌

 사상 처음으로 통신위성이 우주 궤도상에서 충돌해 폭발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충돌 폭발사고로 수백개의 위성 파편(우주 쓰레기)이 발생했지만 우리나라가 운용 중인 다목적실용위성 1, 2호를 비롯해 국제우주정거장(ISS) 등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전망이다.

 미 항공우주국(NASA641)은 시베리아 상공 805㎞에서 미국과 러시아의 통신위성이 충돌했다고 11일(현지시각) 밝혔다. 50년이 넘는 우주개발 역사상 소진된 로켓이나 소형 위성 부품 간 충돌사건이 모두 네 차례 있었지만 위성이 충돌한 것은 처음이다.

 켈리 험프리즈 NASA 대변인은 “이 충돌사고로 거대한 파편 구름 두 개가 일어났으나 정확한 규모와 상황을 파악하기까지 최소한 몇 주일이 걸릴 것”이라면서 “더 낮은 궤도를 도는 국제우주정거장이나 22일 발사 예정인 우주왕복선이 위험에 처할 가능성은 낮다”고 덧붙였다.

 파편의 대부분은 구름처럼 큰 무리를 형성해 사고가 발생한 궤도 상 인근에 떠 있다. 지구 상공 약 400㎞ 궤도에 있는 ISS와 우리나라 다목적실용위성 1호와 2호 등 다른 위성과는 비교적 큰 궤도 격차가 있어 별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김규선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다목적실용위성 3호 체계팀장은 “다목적실용위성 1호와 2호는 모두 685㎞ 상공을 돌고 있어 이번 충돌 궤도와는 120㎞ 안팎의 차이를 보인다”며 “파편이 많으면 또 다른 충돌 위험도 있겠으나 현 상황에서는 우려할 수준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사고 이후 상황을 미 공군 산하 북미항공사령부에서 우주감시 레이더로 살피고 있어 1∼2주 뒤에는 상세한 정보를 추가로 확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사고로 발생한 우주 쓰레기가 지구로 낙하하는 데까지는 수백∼수천년이 걸린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러나 낙하 시 대부분이 불타 없어져 지표면에는 영향을 끼치지 않을 전망이다.

 이 충돌한 위성은 미국 이리듐이 1997년 쏘아올려 운용 중인 위성전화용 통신위성과 러시아가 1993년 발사한 이후 수명이 다해 활동을 정지한 통신위성이다.

 위성전화망 구축을 위해 1997년 이후 발사된 이리듐 통신위성은 모두 66개로, 고도 780㎞ 궤도를 빠른 속도로 돌고 있다. 북한과 스리랑카 일부를 제외한 전 세계 위성전화망을 망라하며, 해상이나 산악지대에서도 이용할 수 있다. 서비스의 주 이용고객은 미국 국방부다. 이리듐 측은 이 사고로 인해 통신서비스가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리듐은 30일 이내에 예비 위성을 발사해 빈 자리를 메울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정훈기자 jhchoi@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