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 아메리칸’으로 글로벌 경제권이 시끄럽다. 바이 아메리카는 지난달 미 의회가 8190억달러(약 1132조원) 규모의 경기부양법안을 내면서 국가 인프라 사업에 국산 자재를 사용할 것을 못 박은 조항이다. 수정을 거듭한 이 법안은 상원과 하원이 7890억원의 단일안에 이르렀다. 의회가 알아서 자국 제품을 사라니 미국 기업은 입꼬리가 올라 갈 법한데 꼭 그렇지만도 않다. 마이클 델 델 CEO, 제너럴일렉트릭(GE) 등이 조항의 철회를 요청했다. 다른 나라의 무역 보복을 우려해서다.
경제학에 게임이론이란 것이 있다. 경제 현상을 게임으로 보고 게임 이용자끼리 서로 전략을 정하는 과정과 결과를 연구하는 이론이다. 합리적인 경제 주체들이 가장 합리적인 균형점을 찾아간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결과가 재미있다. 나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합리적’으로 행동하지만 최악의 결과가 발생할 때가 있다. 상대방이 어떤 전략을 쓸지를 고려해 나의 전략을 정하기 때문이다. 잘 알려진 ‘죄수의 딜레마’가 그렇다.
바이 아메리카의 등장에 곧바로 중국과 프랑스가 ‘바이 차이나’ ‘바이 프랑스’로 화답했다. 모두 경기부양책이란 이름으로 포장했지만 본질은 같다. 내수를 살리기 위해 자국 제품을 강제하면 당장에는 효과는 있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 게임을 즐기면 모두 문을 꽁꽁 걸어 잠그고 마는 어리석은 균형에 다다를 수 있음을 게임이론은 경고한다.
세계 경제에서 미국의 영향력은 막대하지만, 일본, 유럽연합, 중국과 같이 미국과 경제 게임을 벌이는 국가 중에 쉬운 상대는 없다. 이들 국가 모두 우리의 주요 무역거래국가다.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나라로선 ‘무역전쟁’이 일어나면 고스란히 손해를 본다.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되지 않도록 정부가 적극적인 외교적 노력을 펼칠 때다.
차윤주기자 chayj@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