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중소기업이 발광다이오드(LED)의 핵심인 ‘형광체’의 제조 원천 기술을 가진 미국 사노프와 합작사를 설립한다. 형광체 원천기술이 없어 특허 소송에 시달렸던 국내 LED업체가 특허보호 장벽을 허무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라는 기대가 고조됐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2차 전지 배터리 팩 전문업체인 와이즈파워는 LED 형광체 원천기술 보유기업인 미국 사노프와 협력, 형광체 관련 연구개발 중심의 합작사를 미국에 설립하기로 했다. 형광체 생산은 하반기 국내에서 진행한다. 미국 뉴저지주 프린스턴에 있는 사노프는 설파이드(황화물) 계열의 형광체 물질 원천기술을 보유한 기업으로 세계 최초로 컬러 TV 형광체를 개발한 바 있다.
형광체 합작사에는 와이즈파워와 미국 사노프는 물론이고 국내 대기업, 일본 대형 유통상사 등이 주주로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지분과 투자규모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와이즈파워가 대주주 자격으로 합작사의 경영권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와이즈파워는 이번 합작사 설립을 계기로 △일본 니치아의 형광체 ‘YAG’ △독일 오스람의 형광체 ‘TAG’ △미국 인터매틱스의 실리케이트(규산염 계열) 등 형광체 물질 특허를 보유한 선진 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향후 LED 사업을 전개할 수 있게 됐다. 선진 기업들이 특허권을 앞세워 쥐락펴락해 온 세계 LED 형광체 시장에 국내 기업이 진출함으로써 시장 판도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LED 업체들이 형광체 원천 기술을 보유하지 못해 일본 등 선진 업체로부터 특허 침해 소송을 당하는 등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며 “한미 합작 형광체 업체 설립은 소수 선진 기업들이 뛰어 넘지 못하게 쳐 놓은 ‘물질 특허 보호 장벽’을 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화학연구원 관계자는 “예전 실험 결과에 따르면 설파이드가 광효율·연색성 면에서 기존 3개 형광체와 대등하지만 설파이드로 LED를 완성했을 때 수명이 짧고 습도·온도 등 외부 환경에 견디지 못해 형광체가 검게 변하는 ‘다크닝’ 현상이 발생한 바 있다”며 신뢰성 문제의 극복을 지적했다.
와이즈파워는 지난해 말 고효율 질화갈륨(GaN) LED조명용 장비 기업 그랜드텍을 계열사로 편입, LED 조명 사업을 준비 중이다. 이 회사는 또한 LED패키징 업체와 연계, LED 기구·모듈 부문을 포함한 LED 조명 사업의 수직계열화를 이룰 계획이다.
삼성전기·LG이노텍 등 대다수 LED 업체는 도요타고세이나 인터매틱스 등 원천기술 보유업체에서 수입해 쓰고 있다.
안수민·이동인기자 sma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