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디스플레이가 전후방 연관사업을 묶는 이른바 ‘사업 변혁(비즈니스 트랜스포메이션)’ 전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대표 권영수)는 오너 일가인 구본엽 LIG건영 부사장과 함께 핵심 장비 협력사인 에이디피엔지니어링(대표 허광호·이영종)에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지분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 유상증자 참여 후 LG디스플레이가 인수하는 주식은 총 300만주로 10% 안팎의 지분을 확보하게 된다.
이에 앞서 구 부사장 등은 허광호 사장을 비롯한 기존 대주주 지분 24%를 129억원에 전부 사들이며 소유·경영권을 넘겨받았다. 유상증자 지분까지 합치면 구 부사장 등 새 대주주들은 25%가량의 지분을 보유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에이디피엔지니어링은 LG 계열 장비 전문업체로 탈바꿈하게 됐으며, 다음달 정기 주총을 통해 경영진도 교체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비즈니스 트랜스포메이션 1년 성적표는?
권영수 LG디스플레이 사장이 지난해부터 본격 추진한 비즈니스 트랜스포메이션 전략의 중간 성적표에 관심이 쏠린다. 비즈니스 트랜스포메이션이란 핵심 전후방 연관 기업과 ‘피(지분)’를 섞음으로써 상호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자는 전략이다. 1년이 지난 현재 안팎의 평가는 일단 만족스런 수준.
무엇보다 지분 투자 협력사들의 실적이 좋다. 지난해 5월 LG디스플레이가 13%의 지분 투자를 단행한 핵심 부품 협력사 티엘아이(대표 김달수)는 디스플레이 부품 업계에서 경이적인 20%의 이익률을 냈다. 전년보다 매출액은 50%나 늘어난 860억원을 기록했고, 이익은 배 가까이 급증했다. 마진이 박하기로 소문난 디스플레이 산업내에서 순수 국내 부품 업체로는 ‘꿈’에 가까운 이익률이다. TC 기술력이 뒷받침됐지만 고객사이자 2대주주인 LG디스플레이의 전폭적인 지원이 큰 빛을 낸 것이다.
같은 시기 19.9%의 지분을 인수한 아바코 역시 지난해 사상 최대 규모인 910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아바코는 외산 장비업체들의 전유물이자 핵심 전공정장비인 ‘스퍼터’를 양산 개발하는데 성공, 지난해말 LG디스플레이의 6세대 추가 라인에 공급했다. 지난해 6월 36.7%의 지분을 인수하며 사실상 자회사로 편입한 백라이트유닛(BLU) 전문업체 뉴옵틱스(대표 이규창)도 연매출액 3000억원 고지를 넘어섰다. LG디스플레이의 중국 광저우 모듈 공장 물량을 독식하며, 지난 2006년 6월 시생산후 불과 1년반만에 주력 BLU 협력사로 성장한 것이다. 아바코 관계자는 “매출이나 신제품 개발에 대한 직접적인 효과보다는 경영 노하우와 LG디스플레이가 10여년간 축적한 공정 기술을 습득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성과”라고 평가했다.
LG디스플레이로서도 적지않은 효과를 얻었다. 스퍼터 양산 장비를 국산화하면서 외산 장비 구매가격 등에서 협상력을 올린 것은 물론 티엘아이가 개발한 TC 통합 부품을 통해 드라이버 구동칩 수를 크게 줄였다. 중국 TV 메이커인 스카이워스·암트란과 현지 합작 투자를 단행한 뒤, 중국내 인지도와 시장 점유율을 부동의 1위로 굳혔다. 경기침체 상황에서 LG디스플레이가 비교적 선전한 배경도 중국 시장에서 TV용 패널 판매가 호조세를 이어갔기 때문이다. 암트란과 합작 설립한 광저우 생산법인은 이미 올초부터 연산 300만대의 LCD 모듈과 500만대 규모의 LCD TV 생산에 돌입했다. LG디스플레이는 “사업 변혁 전략은 이제부터가 시작이고, 중장기적으로 그 효과는 점점 커져갈 것”으로 내다봤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