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리얼그린비즈니스](1부)③의사결정이 없다

[GO! 리얼그린비즈니스](1부)③의사결정이 없다

 # ‘그린IT는 필요하다.(98%)…하지만 담당 부서는 없다.(54%)’

 지난해 전자신문 주최로 열린 그린오션포럼 참석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다. 대부분의 응답자는 환경경영과 저탄소 녹색성장의 필요성을 공감하고 있지만, 기업 내 그린 의사결정 체계는 취약하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일찍부터 환경의 중요성에 눈뜨고 적절한 그린 의사결정 체계를 갖춘 기업들은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최근의 경기 불황은 기업들을 더욱 움츠리게 하고 있다. 이에 최고환경정책책임자(CGO)를 정점으로 한 ‘저비용 고효율’ 그린 의사결정 체계 구축과 중소기업을 위한 현실적인 정부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최근 이진 부회장을 비롯한 웅진그룹 계열사의 환경경영위원장들과 실무자들은 서울에서 KTX를 타고 구미에 있는 웅진케미칼 공장을 찾았다. 참석자들은 이날 10여시간에 걸쳐 공장의 친환경 설비를 둘러보고 소방안전 훈련도 참관했다. 이 부회장은 참석자들에게 각 계열사에 저탄소 녹색성장 실현을 위한 마인드를 전파해 줄 것을 요청하며, 현장과 연결된 환경경영을 실천했다.

 이 같은 웅진그룹의 환경경영 활동은 경기침체 여파로 환경 관련 투자를 망설이는 기업들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저탄소 녹색성장 비전을 그룹 차원에서 통합하고 현장에서 직접 전달하는 그린 의사결정의 모범사례라고 할 수 있다.

 그린 의사결정이 개별 기업은 물론이고 산업 전반에 확산돼야 그린 비즈니스도 현실화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미국발 금융 위기가 실물 경기 침체로 이어지면서 기업들이 ‘확실하게 손에 잡히지 않는’ 신규 투자는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환경경영 투자와 그린 의사결정 체계 구축은 결코 후순위로 밀려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신종민 LG전자 상무(환경전략팀장)는 “환경은 이제 규제 차원을 넘어 모든 기업이 신성장산업으로 받아들이고 적극 대응해야 하는 경영의 일부분으로 바뀌었다”며 “경쟁사보다 빨리 환경경영에 기반한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해 고객을 늘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기업 내 환경경영을 아우르는 그린 의사결정 체계를 하루빨리 정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속한 그린 의사결정의 효과는 삼성전자의 사례에서도 찾을 수 있다.

 삼성전자는 이미 10여년 전부터 △경영 △제품 △공정 △사업장 △지역사회의 5대 녹색화 사업을 통해 환경경영을 전개해 왔다. 2004년에는 ‘제품환경팀’을 신설하고 친환경제품의 개발 및 보급을 확대해 왔다. 또 신제품 개발 단계부터 친환경 평가와 3R(Reduce·Reuse·Recycle) 정책을 실현하고 자원 효율성 및 에너지 절약, 유해물질 제거 등의 활동을 정착시켰다.

 삼성전자의 그린 의사결정은 전 세계 전자기업 중 글로벌 6대 환경마크를 가장 많이 취득하고, 지난달 CES에서 친환경 혁신 제품상을 최다 수상하는 등의 성과로 이어졌다. 삼성전자는 또 작년에 그린피스가 선정한 친환경 기업 1위에 선정되기도 했다. 환경경영이 삼성전자 브랜드 가치 상승 기여도도 무시할 수 없다.

 삼성전자는 최근 마무리된 조직개편에서 녹색경영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CS경영센터를 ‘CS환경센터’로 확대 개편하고 산하에 환경전략팀을 신설했다. 또 환경경영의 컨트롤타워 기능을 위해 사업장에 분산 운영되던 모든 환경 전략 기능을 이곳으로 통합하며 신속하고 체계적인 그린 의사결정 체계를 구축했다.

 이진 웅진그룹 부회장은 “(경기 침체의 골이 깊어지다 보니) 기업들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개념도 잘 잡히지 않는 환경경영에 대한 투자를 망설이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바로 지금 환경을 경영의 중심으로 끌어들어야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종석기자 jsyang@etnews.co.kr

 <인터뷰> 신종민 LG전자 상무(환경전략팀장)

 “모든 임직원이 환경경영에 대한 인식을 같이해야 합니다. 모두가 쉽게 알고 실천할 수 있는 전략과 실행방안이 수립돼야 하며, 이것을 달성할 수 있는 방법이나 기술이 개발돼야 합니다. 즉 3G(그린피플, 그린테크놀로지, 그린시스템)를 갖춰야 합니다.”

 LG전자의 환경전략을 총괄하고 있는 신종민 상무는 그린 비즈니스 활성화를 위해 기업의 체질까지 바꿀 수 있는 그린 의사결정 체계가 갖춰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이를 위한 CGO의 역할과 실행방안도 강조했다.

 신 상무는 “LG전자 환경전략팀은 보다 친환경적인 제품을 생산하기 위한 전략뿐만 아니라 기술 개발 단계부터 사업장의 핵심 인력들과 공동으로 활동하고 있다”며 “전략과 기술이 완성되면 곧바로 생산 현장에 반영하고 환경 관련 신사업도 직접 분석하고 방향성을 검토해 경영에 반영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LG전자의 그린 의사결정 단계를 한곳으로 집중하고 실행력도 크게 높였다는 것이다.

 그는 저비용·고효율의 그린 의사결정 체계 확립을 위해 협력사와의 공동 활동도 강조했다. 신 상무는 “환경경영을 위한 회사 자체의 활동도 중요하지만 수많은 부품 협력사와 공동 활동을 펼쳐나가야 한다”며 “이는 한 기업만의 노력으로는 경쟁력 있는 제품을 개발·생산하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저비용·고효율 생산활동과 녹색경영은 매우 밀접한 관계라고 덧붙였다. 즉, 생산에 투입되는 에너지 사용량을 줄인다는 것은 저비용을 통해 생산성을 향상시킨다는 것이며, 이는 곧 온실가스의 발생량을 줄이는 것과 동일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신 상무는 “환경경영은 개별 기업이 아니라 협력사와 고객까지 포함한 서플라이 체인 전체가 하나가 돼 실행할 때 시너지가 크다”며 “중소기업들도 저비용·고효율의 환경경영 체계를 구축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정부 지원책이 뒤따랐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어 신 상무는 산업 전체가 뭉쳐 환경 경쟁력을 갖추면 현재의 경제 위기 후 다가올 새로운 시장에서 한국 기업들이 중심에 설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웅진그룹의 그린 의사결정 체계>

 웅진그룹은 그룹 전반의 환경경영 전략을 총괄하는 최고환경정책책임자(CGO)인 이진 부회장을 영입하는 등 그린 의사결정의 모범 사례로 꼽힌다. 특히 2006년 4월 환경경영 선포식 이후 분기별로 이 부회장이 직접 주재하는 환경경영위원회를 열고 있다.

 환경경영위원회는 그룹 전반의 환경경영 활동 및 국내외 동향, 그룹 내 환경 이슈를 논의하고 신속하게 결정한다. 또 전문적인 환경교육은 물론이고 연간 1회의 국내외 벤치마킹 활동까지 이뤄진다. 위원회는 각 계열사의 환경관련 업무 본부장들로 구성된다. 이들은 또 계열사의 환경위원장이 돼 각 사의 환경위원회를 맡고 있다. 이들 간의 소통과 활동 지원은 지주회사인 웅진홀딩스의 환경경영사무국이 맡고 있다.

 그룹의 고위 관리자부터 각 계열사의 중간 관리자와 실무진까지 체계적으로 연계돼 있어 그룹의 핵심적인 환경경영 방침을 확대 적용해 나가고 있다.

 각 계열사의 환경활동은 분기별로 환경사회 홈페이지에 데이터로 등록되며, 연간으로 환경경영 KPI 지수를 만들어 관리한다. 환경경영 KPI 지수를 통한 계열사별 환경경영 성과 평가는 각 사에서 선정된 25명의 심사위원이 서로 다른 계열사를 교차로 심사해 평가한다. 심사 결과는 연말에 그룹 환경경영위원회에서 평가되며, 최우수 활동 사례를 전 계열사가 공유하는 것은 물론이고 격년으로 발행되는 웅진 환경사회보고서에도 수록된다.

 환경경영위원회는 2010년까지의 5개년 환경경영 장기계획을 발표했고 그에 따른 프로세스와 성과를 점진적으로 발전시키고 있다. 지난해에는 직원 1인당 4.4시간의 환경교육을 실시했으며, 전년보다 12% 증가한 1605억원의 녹색구매를 이끌었다.

웅진그룹은 올해를 ‘저탄소 경영’의 원년으로 삼아 탄소성적표지(CDP)와 온실가스 인벤토리 구축 등 저탄소 경영을 적극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양종석기자 jsy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