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기 ‘최저효율제’ 헛돈다](https://img.etnews.com/photonews/0902/090216055039_1403634854_b.jpg)
에너지 절감 대표정책인 ‘최저효율제’가 겉돌고 있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에너지 절약을 위해 야심차게 추진한 최저효율제가 당사자인 제조업체들에 정책적 지원 부족과 개발비 부담 가중으로 피해를 주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최저효율제는 3상유도전동기에 대해 최저소비효율기준을 정한 것으로 대기업들이 생산하는 37㎾ 이상 제품은 지난해 7월부터 시행되고 있고 중소기업들이 생산하는 37㎾ 이하 제품은 내년 1월부터 시행된다. 제도가 이미 시행되고 있지만, 현재 전동기 효율값이나 크기 등 세부 시행방법이 정해지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대기업이 생산하는 37㎾ 이상 제품의 경우, 새 제도에 맞춰 KS규격의 조정이 필요하지만 아직까지 기존 KS규격을 적용하고 있다. 전동기는 크기 대비 효율을 고려해야 함에도 크기에 대한 조정없이 고효율만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또 현재 KS규격대로 전동기를 만들 경우 개발단가가 올라 외산에 비해 가격경쟁력면이 크게 떨어지는 현실적인 문제점이 발생한다.
구대현 한국전기연구원 전동력연구센터장은 “정부 및 유관기관에 이러한 문제를 수차례 건의했음에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면서 “미국이나 유럽처럼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하루빨리 정해져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더욱 심각한 것은 내년 1월부터 시행되는 37㎾이하 제품. 이들 제품은 중소기업들이 생산 중이다. 정부에서도 중소기업의 현실을 감안해 대기업 제품인 37㎾ 이상과 18개월의 시간차를 두고 시행하기로 했지만 100여 중소 제조업체들은 인력·자금·시행시기 문제로 설땅 마저 잃어버릴 위기에 처해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저효율제 기준에 맞는 제품개발에는 최소 수억원의 비용이 들어 매출 100억원 미만인 중소기업들이 독자적으로 개발하기 쉽지 않다”며 “이 때문에 정부과제 지원을 받아 산학연이 공동으로 개발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업계에 따르면 산학연 공동으로 개발중인 품목도 12종에 불과하다. 37㎾ 이하 품목이 60종이 넘는 상황에서, 12종만 개발되면 나머지 제품들은 포기하거나 불법제품을 양산해야 할 상황이다. 부담하기 힘든 개발비와 눈앞에 닥친 시행시기에 중소업체들은 넋놓고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업계는 중소기업을 보호하고 장려할 수 있는 장기적인 프로그램이나 제도 관련 전담센터 설립을 주장하고 있다. 한 중소기업 임원은 “최저효율제는 국가의 백년대계인 에너지산업의 터를 닦는 중요한 일인데, 오히려 불법제품을 양산하는 상황으로 몰고가고 있다”며 “37㎾ 이상 제품이야 이미 시행에 들어갔지만, 37㎾ 이하 제품의 경우 적용시기라도 늦춰 현실적인 대책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설성인기자 siseol@etnews.co.kr
※최저효율제= 최저효율제는 국가 전체 전력의 40%를 소비하는 3상유도전동기에 대해 최저소비효율기준(MEPS : Minimum Energy Performance Standard)을 만족시키지 못할 경우, 제품의 생산 및 판매를 금지한 강제규정이다. 이를 어기게 되면 20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정부는 미국, 캐나다 등 선진국들이 10여년 전부터 이를 시행하고 있는 것에 착안, 지난 2005년부터 시행을 준비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