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정부 출연연구기관 연구원 정년이 미국·독일 등 주요 선진국 연구원의 정년보다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노벨과학상 수상이 60세 이후에 나오는 점을 감안, 안정적 연구환경 조성 차원에서 연구원 정년보장에 대한 대책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기초기술연구회가 미국·독일·프랑스·영국·일본·호주 등 주요 선진국의 정년을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 연구원 정년이 61세로 일본 다음으로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에서 독일 막스플랑크 연구소,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CNRS), 영국 생명공학·생물학연구협의회(BBSRC), 호주 연방과학산업연구기구(CSIRO) 등은 모두 정년이 65세로 집계됐다. 우리나라보다 4년이 길지만, 이들 중 일부 국가는 정년 연장을 검토하고 있다. 독일 막스플랑크 연구소는 2007년 이후 채용한 연구원 정년을 67세로 연장했다. 또 영국은 정년제 폐지를 검토하고 있다.
미국 오크릿지 국립연구소는 법적 정년이 없고, 연봉제에 의한 능력급으로 자율적으로 퇴직을 결정한다. 미국 과학재단에 따르면 박사급 과학기술인력의 27%가 65세 이전, 나머지 73%는 65세∼75세까지 퇴직했다.
일본 이화학연구소(RIKEN)와 산업기술종합연구소(AIST) 등은 60세가 정년으로 조사대상 국가 중 가장 짧았다. 그러나 일본은 지난 2006년 ‘평생고용보장특별법’이 제정되면서 퇴직 후 연장근무 또는 파트타임 재취업을 의무화하여 실질적으로 정년의 의미가 없다. 뿐만 아니라 일본도 현재 정년을 65세로 연장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기초기술연구회는 이같은 사례를 들어 현재 61세로 정해진 우리나라 출연연 연구원의 사실상 가장 짧다고 평가, 짧은 정년으로 인해 연구원 이직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과학기술 특성상 30여년 이후에 연구집적에 따른 성과가 나타나는 점을 감안, 연구 특성에 따라 정년을 조정하는 방안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출연연 연구원 정년은 지난 1999년 65세에서 61세로 낮춰졌다. 정년 단축 이후 짧은 정년에 따른 신분불안으로 출연연 연구원들이 대학교수 등으로의 이직 사례가 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한나라당 서상기 의원은 최근 3년간 기초기술연구회 소관 출연연에서 244명이 연구소를 떠났고 이 중 40%가 대학으로 이직했다면서 “교수에 비해 낮은 처우와 정년단축 등 처우개선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으로 과학기술인들이 안정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환경과 여건 조성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기초기술연구회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정년이 유독 빨라 한창 연구할 수 있는 나이에 퇴임하게 된다”면서 “전체적인 정년 연장도 필요하지만, 우선 성과 있는 연구원에 대해 정년을 연장할 수 있는 방안을 도입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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