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포 연쇄 살인사건 해결에 CCTV가 큰 역할을 했다. 경찰은 용의자의 예상 이동경로로 파악된 군포·안산 지역의 도로와 상가에 설치된 CCTV 310대의 녹화 기록을 샅샅이 뒤진 결과 용의 차량을 찾아냈다. 하루만 늦었어도 범인 차량이 녹화된 영상기록이 지워질 위기였지만 천운이 따랐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CCTV 설치 대수를 무조건 늘리기보다 기존 CCTV망을 효율적으로 운용할 시스템 구축이 더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전국에 설치된 CCTV는 무려 200만대(경찰청 6000대, 지자체 31만대, 민간 170만대)가 넘어 보급 대수로는 세계 정상급이다. 최근에 CCTV를 설치한 사례가 많아 카메라 성능도 영국·일본보다 낫다.
문제는 방대한 CCTV망에 기록된 정보를 효율적으로 검색할 시스템이 없다는 점이다. 설치된 CCTV 중 85%가 어떤 지역, 어느 건물에 설치됐는지 설치자 외에 전혀 알지 못한다. 군포사건과 같은 강력 범죄가 발생하면 경찰은 초동수사 과정에서 인근 지역의 CCTV 설치 여부를 건물마다 확인하고 자료 협조를 요청하느라 많은 시간과 인력을 소모한다.
이미 경찰당국은 전국 공공전화의 위치정보를 데이터베이스로 만들어서 범죄 수사에 요긴하게 활용하고 있다. 전국에 설치된 CCTV 200만대도 일선 지구대·파출소 관할별로 설치 장소와 촬영 각도·보관 기관·운영자 연락처 등을 정리한 CCTV 전자지도를 만들자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서울 강남구에 첨단 CCTV망을 구축한 박기륜 경찰청 치안감은 “영국을 비롯한 선진국은 CCTV 위치정보를 통합 관리하는 것으로 안다. 범죄 발생 시 CCTV 정보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게끔 별도 법령을 제정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영상보안 업계는 이미 전국적인 CCTV 전자지도 구축을 서두르고 있다. 한국디지털CCTV연구조합은 ETRI·KT텔레캅 등과 손잡고 CCTV 전자지도를 포함한 영상 보안기술 프로젝트를 국가 연구개발 과제로 추진하는 방안을 준비 중이다.
설창훈 컴아트시스템 사장은 “신규 설치하는 CCTV의 위치와 방향, 관리자 정보만이라도 전자지도 등록을 의무화하면 지금보다 CCTV망의 활용도가 몇 배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