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후 2시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국회 자원외교와 에너지안보 포럼 4차 세미나’ 현장. 300명 넘게 수용할 수 있는 대강당을 가득 채우고 남을 만큼 토론장은 인산인해였다. 미처 자리를 잡지 못한 청중은 입구 근처에 임시로 좌석를 마련할 정도였다. 최근 언론지상에 끊임없이 오르내리는 ‘그린오션’ 열풍을 반영하는 듯했다.
이 때문인지 토론장에는 다수의 국회의원도 참석했다. 호명된 의원만 18명에 달했다. 이들을 일일이 일으켜 소개하는 데에만 10분 가까이 걸렸다. 문제는 그 뒤다.
이병수 에너지안보 포럼 대표 의원의 개회사가 끝나자마자 참석한 국회의원들은 종종걸음으로 퇴장했다. 행사 시작 후 불과 15분이 지나지 않았다. 사회자는 바쁜걸음으로 나가는 의원들의 뒷머리에 대고 “의원님, 감사합니다”는 인사도 잊지 않았다. 의원들이 빠진 강당 앞자리는 썰물이 빠져나간 듯 휑했다.
세미나가 시작된 오후 2시는 국회 대정부 질문이 시작 시간과 겹쳤다. 국회의원들의 본분을 생각하면 애초에 장시간 앉아 진지한 토론을 기대하기 어렵다. 자리에 참석해 세미나에 무게감(?)을 싣고자 했던 것도 이해 못할 바 아니다. 다만, 바쁜 청중을 모아 놓고 언론사 카메라에 얼굴만 빼꼼히 비추는 의원들을 보고 있자니 안타까울 뿐이다. 마치 최근 ‘그린오션’ 정책에 맞춰 사회 각층에 낀 거품을 대변하는 듯했다.
정부가 저탄소 녹색성장을 강력하게 추진한 이후 부쩍 각종 협·단체와 이익단체가 늘어났다. 환경을 살리고 일자리도 창출한다는 애초 취지는 온데간데없고, 각자의 이익과 ‘휘발성’ 프로젝트만 남발하는 단체도 적지 않다. 한국은 신재생에너지 분야 후발주자다. 시행착오 없이 따라가도, 선진국을 쫓아가기 쉽지 않다. 겉만 번지르르한 정치인은 물론이고 사업·단체의 옥석 구분이 필요한 시점이다. 보여주기식의 프로젝트는 더 이상 곤란하다.
안석현기자 그린오션팀 ahngija@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