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삼성 래미안아파트는 대구 봉덕에 짓는 아파트에 가상현실(VR)로 만든 e모델하우스를 선보였다.
발코니 확장 모델 등 기존 모델하우스에서 보여주지 못하는 부분을 VR로 구현했고, 일정 사양 이상의 컴퓨터만 있으면 언제든 접속해서 볼 수 있도록 했다. 삼성 래미안 측은 “모델하우스에서 보여주지 못하는 평수를 실제처럼 체험하게 해 고객 반응이 좋다”며 “향후 다른 지역까지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서울 시내에 건축 중인 한 주상복합건물 역시 별도의 모델하우스를 짓지 않고 VR를 활용한 e모델하우스만 제공할 방침이다.
최근 증강현실(AR)이나 가상현실(VR)로 만든 모델하우스·자동차 모형 등의 콘텐츠가 새로운 마케팅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AR·VR를 활용한 콘텐츠는 특히 건축·유지·폐기 비용이 절감되고 다양한 평형의 모델이 제작가능해 건설분야에서 활용도가 높다.
e모델하우스에 이 기술들을 개발한 업체는 바로 인디펜던스다. 지난 1996년 설립된 이 회사는 14년 동안 AR 등의 시각 효과만을 전문 연구해온 기업이다. AR를 서비스하는 회사 중 국내 업체는 인디펜던스가 유일무이하다. 설립자인 박영민 상무는 강산이 바뀌고도 남을 기간 동안 100명이 넘는 기술 개발 인력을 이끌고 있다.
VR는 이해되지만 AR라? 아직 일반인에게는 생소한 용어다. 그러나 요즘에는 VR보다 AR가 대세다. AR는 VR와 달리 실제 환경을 바탕으로 해 3D 콘텐츠를 보일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예를 들어 사이버 피팅룸을 보자. 가상 현실을 이용한다면 나를 대신하는 사이버 아바타가 옷을 입어보고 우리는 그저 내가 착용했을 때글 상상할 뿐이지만 증강 현실은 다르다. 내 이미지가 직접, 사이버상에 있는 의상을 입어볼 수 있다.
가상 현실이 사이버 아바타를 배경으로 한 3D 영상을 보여준다면 AR는 나의 실사 이미지를 배경으로 한 새로운 공간·영역을 나타낸다.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주인공 톰 크루즈가 허공에 대고 클릭하는 것과 같은 일이 실상에서 벌어질 수 있는 것이다. 이미 해외에서는 모터쇼·산업디자인 등에서 활발히 활용되고 있다.
시작부터 인디펜던스를 이끌고 있는 박영민 상무는 증강 현실이 유망한 사업이지만 국내는 아직 걸음마 단계라는 지적이다. 업체도 별로 없고 이에 대한 관심도 덜하다는 이야기다. 박영민 상무는 “해외에서는 증강 현실을 이용한 시뮬레이션 사업이 한 장르를 만들었지만 국내는 비용 등의 문제로 아직 확산이 더디다”며 “과거에는 AR나 VR 구현에 고가의 컴퓨터가 필요해 국방 시뮬레이션 등 전문 영역에만 사용됐지만 이제 일반적인 컴퓨터도 고사양 그래픽 구현이 가능해 산업적 활용이 늘 것”으로 내다봤다.
고무적인 것은 국내에서도 증강 현실에 대한 관심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열린 부산 모터쇼에서도 일부 업체에서 증강 현실을 이용한 모델 하우스를 설치했고 인천시는 연내 오픈을 목표로 하고 있는 송도 u시티 사이버 홍보관 ‘투모로 시티(tomorrow city)’에 증강 현실 효과를 사용한 다양한 구조물을 설치할 예정이다.
각 지자체가 증강 현실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말 그대로 ‘증강 현실’이 주는 매력 때문이다. 안 봤다면 모를까 증강 현실을 경험한 사람들은 기술의 신기함과 유용성에 눈을 떼지 못한다.
지난 2005년 SK C&C가 당시로서는 무명에 가까웠던 이 회사를 계열로 편입한 까닭도 여기 있다. 박 상무는 “아직은 상용 단계가 아니지만 각종 영역에 기반 기술로 증강 현실이 쓰이고 있다”며 “교육이나 새로운 형태의 콘텐츠에 AR가 본격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한다.
한정훈기자 existe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