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나춘호 예림당 회장 "과학만화 `와이` 애니메이션으로 만들 계획"

[이사람] 나춘호 예림당 회장 "과학만화 `와이` 애니메이션으로 만들 계획"

 “하고 싶은 것보다 잘 할 수 있는 것을 했습니다.”

 나춘호 예림당 회장(68)은 20년 스테디셀러를 펴낸 배경을 이렇게 말했다. 아동출판계의 역사를 새로 쓴 비결치고는 너무 쉽다.

 지난 17일 예림당은 과학학습만화 ‘와이(Why?)’ 시리즈 2000만부 돌파를 기념하는 행사를 가졌다. 국내에서 한 종류의 책이 2000만부 넘게 팔린 것이 공식 집계된 것은 처음이다. 2003년 첫 권을 낸 이래 2007년 1000만부가 팔려나가고, 다시 1년반만에 2000만부를 돌파했다.

 “와이 시리즈가 나온 건 2003년이지만 나이는 스무살이 다 됐습니다. 1989년에 처음 ‘왜’ 시리즈 책을 냈어요, ‘우주는 왜’, ‘날씨는 왜’ 등으로 주목을 받았죠. 성공 가능성을 보고 새로 와이 시리즈를 선보인 게 오늘에 왔습니다.”

 20년이 되도록 생명력을 지키는 와이 시리즈는 아동 과학학습만화의 ‘고전’에 올랐다. 더욱 고무적인 건 판매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나춘호 회장은 현재 속도라면 내년 초쯤 3000만부를 자신했다. 비결을 물었다.

 “와이는 단순한 학습 만화책이 아닙니다. 원리를 가르쳐줍니다. 과학은 딱딱하죠. 다 큰 어른들도 과학이라면 어려워 합니다. 하지만 사실 생각해보면 생활 모든 것이 과학입니다. 만화라는 형식을 빌린 건 그 때문입니다. 캐릭터가 등장해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끌어나가니까 아이들도 지루해하지 않습니다.”

 훌륭한 콘텐츠에 좋은 형식까지 갖췄으니 시장이 반응했다. 만화라는 형식을 탐탁치 않게 여겼던 문화부로부터 심사를 받는 홍역도 겪었지만 이후 학습만화는 아동출판계의 트렌드가 됐다.

 만화를 도입한 와이 시리즈 전에도 혁신은 있었다. 70년대 아이들에게 사줄 만한 책은 모두 외국책을 번역한 책이었다. 현실을 개탄해 출판업에 뛰어든 그는 당시 라디오가 보급되기 시작한 것에 착안해 시청각 서적인 ‘이야기 극장’을 냈다. 폭발적으로 팔려나갔다.

 올해 예림당은 와이 시리즈를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해 선보일 예정이다. 주제도 과학에서 벗어나 역사, 인문사회 등으로 확장한다.

 아직 예림당은 변변한 사옥조차 없다. 나 회장의 개인 건물을 사옥으로 쓰고 있다. “다들 사업해서 돈 좀 만졌다고 하면 부동산에 투자하지만, 제 신념은 돈을 벌려면 돈을 쫓지 말아야 한다는 겁니다.”

 2000만부 돌파를 기념해 전국 511개 초등학교에 5억원 상당의 책을 기증하기로 했다. 앞으로도 좋은 책을 저렴하게 낼 것을 독자들에게 약속했다. “어린이들에게 덕을 봤으니, 다시 이들에게 돌려주고 싶다”는 게 나춘호 회장의 변이다.

차윤주기자 chayj@etnews.co.kr

사진= 윤성혁기자 shy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