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블릿PC가 갈 길 바쁜 디지털교과서 사업의 발목을 또다시 잡았다. 프로젝트가 두 번이나 유찰됐다. 발주 전부터 관련 업계에서 보내던 곱지 않은 시선은 이제 ‘그럴 줄 알았다’는 냉소로 바뀌었다. 유찰은 사업 초기부터 잉태된 문제였다. 아무리 정부라도 80만여원이나 낮은 가격에 누가 제품을 공급하겠는가. 이번에도 원가에 턱없이 못 미치는 조달가격과 교과부의 막무가내식 밀어붙이기가 도마에 올랐다.
3차 입찰을 앞둔 지금 교과부의 심정은 어떨까. 취재 중에 만난 정부 관계자는 “예산을 환율 등 다양한 제반 상황을 고려해 짰지만 기업이 정부를 믿지 못하는 게 문제”라며 “환율 인상을 감안해 예산을 지난해 사업비보다 인상했는데도 국내 업체가 태블릿PC를 개발하지 않고 경쟁 체제도 없어 1차 사업 때보다 두 배 가까이 비싸졌다”고 밝혔다. 모든 교과서가 디지털로 바뀌어 시장이 커질 테니 개발해도 문제가 없다는 안이한 답변만 되풀이했다.
기업은 정부와 생각이 다르다. 기업은 “글로벌 경제위기라는 큰 산이 있는데 언제 수익을 낼지 모르는 시장을 두고 정부 말만 듣고 개발할 수 없다”는 시각이다.
아이들의 가방을 가볍게 해주고 디지털로 더욱 풍부한 학습을 하도록 돕는다는 사업의 취지는 좋다. 그러나 현실을 보지 못하고 철저한 준비 없이 정책을 밀고 나가면 ‘빛 좋은 개살구’가 될 수 있다. 실제로 초등학교 학생들의 학습에 적합한 전자펜 방식은 기존 터치스크린(감압식) 방식에 비해 로열티와 기술적 문제로 비용이 훨씬 더 든다. 외산업체의 태블릿PC를 쓰게 되면 환율 문제와 로열티 문제가 자연스레 발생한다는 사실 또한 다른 사업을 통해 익히 알고 있다. 사업을 책임지는 교과부는 디지털교과서 사업을 다시 공부해야 한다.
이성현기자<생활산업부> argos@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