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6월부터 증권사의 소액결제를 비롯한 지급결제망 이용이 가능해지면서 은행과 금융투자회사간 고객뺏기 경쟁이 치열해진다. 증권사 등 금융투자회사는 이번 기회를 계기로 종합자산관리계좌(CMA)를 통해 공격적인 경영을 펼치고, 은행도 이에 맞서 대응 상품 찾기에 한창이다.
1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최근 금융결제원이 이 달말까지 증권·선물·자산운용 등 금융투자회사에게 지급결제망 참가 신청을 받겠다는 방침을 밝히자 수혜 대상인 금융투자업계가 고객기반 확대에 목표를 두고 은행과의 한판 승부를 준비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는 금결원과 금투협의 이같은 결정이 추진되면 이르면 6월부터 소액지급결제 서비스가 가능해져, 본격적인 고객 뺏기 경쟁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로선 우리·삼성·대우·미래에셋·한국· 굿모닝신한·하나·동양종합금융증권 등 대형사 10개사, 신영증권 등 중형사 3개사, HMC·교보·메리츠·부국증권 등 소형사 8개사 등 21개사가 소액지급결제 업무를 준비 중에 있다.
금융투자회사가 소액지급결제 업무를 개시하면 은행연계 계좌가 없어도 증권계좌나 자산관리계좌(CMA) 만으로 입출금, 타금융기관 송금, 카드대금과 각종 공과금 납부가 가능해져 기존 은행업무 영역을 잠식할 수 있다.
금융투자회사들은 CMA 서비스 업그레이드를 준비중이다. CMA가 월급통장보다 높은 이율을 주는 이점과 함께 은행 카드와 같은 기능을 하게 돼 고객 확보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삼성증권과 동양, 한화증권 등은 CMA에 신용카드를 연계해 대금 납부와 공과금 납부 등의 서비스를 추가한다는 방침이다.
지급결제가 가능해지면서 고객 접점인 ATM 설치 경쟁도 가속화될 전망이다.
삼성·현대·동양·미래에셋·동양종합금융증권 등은 기존 점포망에 설치된 현금출납기(CD) 외에도 공과금 납부와 입출금이 가능한 ATM기기를 전 지점은 물론 외부 점포망을 확보하고 이를 확대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은행들은 아직 증권사와의 고객확보 경쟁이 본격화되지는 않았지만 향후 추이를 지켜보며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외환은행과 신한은행, 국민은행, 우리은행 등은 아직 특별한 대책을 내놓고 있지 않지만 고객의 여신확대 등을 통해 향후 CMA에 대응할 상품을 개발한다는 전략을 내비쳤다.
정재동 국민은행 CMS팀 부장은 “시중 은행 대부분이 1000여개가 넘는 영업점을 확보하고 있어 고객접점에서 더 우위에 있고 증권고객과 은행고객의 성향 차이도 증권사가 고객 기반을 넓히는 데 한계가 될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약간의 시장 잠식은 가능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