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 오상호 박사 연구팀은 나노재료가 작아질수록 강해지는 이유를 규명해 화제가 됐다. 지난해엔 인하대 정성윤 교수 연구팀이 2차전지 소재의 다중 상전이 연구로, 지난 2007년엔 KAIST 정종경 교수팀과 연세대 천진우 교수팀이 각각 단백질의 일종인 ‘AMPK’를 이용한 암치료와 암세포 위치 추적 및 결합 나노입자 개발로 네이처와 네이처 자매지의 표지 등을 장식하는 등 국내외 과학기술계를 떠들썩하게 했다.
이같은 세계적인 연구성과의 배경에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이 보유한 초고전압투과전자현미경이 있다는 사실은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대개 현미경이라고 해서 일반 초·중·고에서 쓰는 30㎝급이나 대학 또는 일반 기업 연구소가 보유한 1∼2m크기를 생각하는 착각을 범하기도 한다.
이 현미경은 높이만 자그마치 14.5m이고, 전체 중량이 340 t 이나 나가는 초대형 최첨단 연구 관측장비다. 총 140억원이 투입된 이 현미경을 망원경에 비유하면 달표면에서의 모래알이 보일 정도다.
KBSI 전자현미경연구부 권희석 부장은 “실제 머리카락 10만분의 1크기인 0.12㎚까지 관측이 가능하기 때문에 나노물질의 기본 단위인 원자 분석을 진행하는데 문제가 없다”며 “고투과력을 이용해 무기및 유기 신물질의 3차원적 구조를 원자수준에서 분석하는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 부장은 “일반 투과전자현미경은 투과력이 약해 신소재를 분석할 경우 시료를 0.3㎛이하의 두께로 절단하는 방법 밖에 없는데 그럴 경우 시료손상 등으로 인해 정확한 정보를 얻기가 힘들다”며 “이 장비를 이용할 경우 차세대 반도체 소자의 기본단위가 될 나노미터급 소자 분석은 물론 궁극적으로 개발하고자 하는 원자단위 소자 분석도 쉽게 수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차세대 반소체 소자 개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 이에 따라 21C 국가 전략 사업으로 부각될 나노미터 반도체와 다층 복합구조 반도체 개발 및 뇌신경세포 연구 등에 획기적인 기여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초연 측은 “영상의 명암대비 증진은 물론 시료화학성분 및 전자구조를 정밀하게 분석하거나 단백질 구조 분석 및 초전도물질연구 등 신물질 개발에 없어서는 안될 장비”라며 “항공우주소재와 핵융합로 재료 등 극한 물질의 개발과 집속이온 빔을 이용한 재료 가공, 나아가 원자층 접합 등 신개념 물질 연구와 개발에도 이용된다”고 설명했다.
이 장비는 기초연 대덕본원에 설치돼 있으나 원격제어가 가능해 전국에 산재한 기초연 분소를 통해 장비를 직접 운용할 수 있다.
향후 기초연은 이 현미경의 분해능력을 0.01㎚ 수준(머리카락의 굵기의 1000분의 1)으로 확대해 나간다는 복안이다. 특히 ‘나노·바이오 융합영상기법’을 구현하기 위해 광학현미경과 전자현미경, 나아가 MRI(자기공명영상장치)나 NMR(핵자기공명장치)과 같은 영상 장비들을 연계해 개체수준에서부터 준원자단위까지 물질분석이 가능한 연계 전자현미경 분석 시스템 또는 신개념의 융합형 영상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