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저녁 7시 서울 용산 e스포츠 스타디움 결승전.
허영호 기사와 박지은 기사는 초대 바투 인비테이셔널 챔피언 자리를 두고 치열한 접전을 벌였다.
허영호와 박지은의 결승 경기는 2세트까지 결과를 예상치 못할 만큼 접전이 펼쳐졌다. 박지은은 상대의 히든을 정확하게 예측해 허영호를 압박했으나, 허영호는 탁월한 턴베팅과 두터운 수비력으로 응수하며 1세트를 따냈다. 2세트는 귀신 같은 스캔 능력을 발휘한 박지은의 KO승. 3세트 스코어 1 대 1 상황에서 컨디션 악화로 고전을 면치 못하던 허영호는 절묘하게 히든을 맞혀 경기 흐름을 반전시키며 1점차 신승을 거뒀다. 4세트에서 허영호는 다소 기세가 꺾인 박지은을 상대로 자신의 히든을 성공시키고 상대의 히든은 막아내며 KO승을 거뒀다.
“바투는 바둑과 달리 숨겨진 돌인 ‘히든’이 주요한 승부처예요. 실력 외적인 부분이 많이 작용하지요.”
초대 바투 인비테이셔널 대회에서 챔피언이 된 허영호 6단은 앳된 얼굴이지만 다부지게 말했다.
정통 바둑을 둬온 그에게 바투는 새로운 도전이었다. 온미디어가 개발한 ‘바투’는 바둑의 룰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전략과 스피드를 접목한 두뇌 전략게임이다. 11줄 판의 특정 위치에 보너스 또는 마이너스 점수가 부여된 좌표와 점수가 다른 돌들이 존재해 바둑과는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바둑과 룰은 다르지만 바둑의 테두리 안에 있는 게임입니다. 바둑이 약 1시간 30분 정도 걸리는데 바투는 20여분 만에 끝나서 좋아요.”
바투의 박진감에 매력을 느낀다는 허 기사. 그는 이번 우승을 위해 동영상을 보며 상대 스타일을 분석했다고 한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이란 말처럼 상대 기사의 습성을 분석한 게 우승의 비결이라고 소개했다.
“바투는 히든이 있기 때문에 바둑과 다릅니다. 상대방이 기존 경기에서 히든을 어디에 뒀는지를 분석해 성향을 파악하고 제 경기에 대입시켰습니다.”
초등학교 1학년 때 취미로 바둑을 시작한 허 기사는 중학교 3학년 때 프로기사가 됐다. 그 후 전국 순위 10∼15위권을 유지하며 젊은 기사의 파워를 보여주고 있는 주인공이다.
그는 이번 대회에서 바둑황제 조훈현과 중국 랭킹 1위 구리, 공격의 제왕 유창혁을 차례로 꺾으며 뛰어난 실력을 과시했다. 허 기사는 특히 방송으로 중계되는 경기가 더 흥미진진하고 게임도 잘 된다며 무대 체질(?)임을 과시했다.
그는 이번에 우승할 줄 몰라서 차기 대회를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고 한다. 하지만 시드권이 주어진만큼 경기를 즐기면서 계속할 계획을 밝혔다.
허영호 기사는 “바둑의 저변 확대를 위해 바투와 같은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가 필요하다”며 “다음 정규리그 때에도 초대 우승자에게 걸맞은 결과를 보여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