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식물을 이용한 유전자 연구를 토대로 생명체에서 노화와 죽음을 관장하는 생체회로 작동 과정을 밝혀냈다.
포스텍 남홍길 교수와 김진희·우혜련 박사팀은 애기장대를 이용해 노화와 죽음이 유전자적으로 결정돼 있는 단계임을 밝혀내고, 모든 생물체의 노화와 죽음이 생체회로를 통해 조절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19일 밝혔다.
남 교수팀은 애기장대 연구를 통해 노화에 관련된 유전자 3개가 상호작용하면서 노화를 조절한다는 사실을 밝히고, 이 식물에는 노화·죽음 과정이 필수적으로 일어나게 하는 생물학적 메커니즘이 있음을 증명했다.
실험결과 생물체 노화과정은 노화 관련 유전자인 ORESARA1(ORE1 : 오래살아1)과 EIN2, miR164의 상호작용으로 이뤄지는 생체회로 조절을 통해 이뤄지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생체회로는 ORE1 전사체 양을 조절하는 것으로 노화와 죽음을 조절한다. 어린 식물에서는 ORE1 전사체 양이 적고 miR164가 ORE1을 분해하지만, 노화가 진행될수록 EIN2가 miR164의 분해를 막아 ORE1의 양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ORE1의 양이 증가하는 것을 막아도 식물의 노화와 죽음은 계속 진행됐다. 연구진은 노화조절 네트워크의 수학적 모델링 결과 노화와 죽음에 이르려면 노화 생체회로가 일정기간 이상 계속 작동해야 하는 것도 밝혀졌다.
남 교수는 “식물이 나이가 들면 노화 및 죽음을 피할 수 없도록 프로그래밍돼 있다는 명확한 증거를 제시했다”며 “식물뿐 아니라 인간을 비롯한 다른 생물체의 노화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공했다”고 말했다.
연구결과는 국제 과학저널 ‘사이언스(Science)’ 20일자 인터넷판에 “한국 연구자들이 (생물체 내) 일련의 신호들이 식물 잎의 죽음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밝혀냈다”는 설명과 함께 주목할만한 논문으로 소개됐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