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11년 만에 문을 닫는 한국정보통신대학교(ICU) 졸업식 현장.
대덕의 옛 삼성종합기술원 자리에 위치한 ICU의 정문부터 졸업 화환을 파는 상인이 늘어섰고, 학생과 학부모들이 왔다갔다 하며 사진 찍는 모습은 여느 대학 졸업식 풍경과 다를 바 없지만 졸업식장의 무게감은 ‘마지막’이 주는 뉘앙스 때문인지 지난해와 확연히 달랐다.
ICU는 19일 교내 슈펙스홀에서 오는 23일 해체될 것으로 예상되는 학교법인 한국정보통신학원 황주명 이사장과 초대 총장인 양승택 전 정보통신부장관, 석호익 김앤장 고문을 비롯해 명예경영학박사학위를 받는 조정남 SK텔레콤 고문, 정홍식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 정홍식 이사장 등 300여명의 내외빈이 참석한 가운데 조촐한 졸업식을 거행했다.
일부 통합 반대하는 분위기 탓인지 보직교수와 공학분야 교수 외에 일부 경영학 분야 교수들은 눈에 띄지 않았다.
학생과 교직원 사이엔 ‘아쉽다’와 ‘서글프다’는 반응과 기대된다는 반응이 엇갈렸다. 컴퓨터 전산전공으로 대학원에 진학할 예정인 학부졸업생 임장관씨는 “대학 들어올 때는 세계속 IT 톱을 지향한다고 했었는데 막상 KAIST와 통합해 ICU라는 이름이 없어진다니 엄청 아쉽다”고 말했다.
사위가 박사학위를 따 서울서 가족이 함께 내려 왔다는 한 학부모는 “학교가 없어진다는 것 자체가 우리로선 싫지만 정부 방침이 그렇다니 어쩔 수 없지 않느냐”며 “학부모 중에 통합 찬성여론이 많은 것으로 듣긴 했다”고 덧붙였다.
한 ICU 교직원은 “아직은 실감을 못하고 있을 것”이라며 “다음 달 이후 10년 넘게 정든 곳을 두고 KAIST로 자리를 옮기기 위해 짐을 쌀 때면 통합이 피부에 와닿지 않겠냐”고 말했다.
앞으로 풀어야할 숙제도 많다. 시스템적인 부분이야 학교당국에서 해결해야 하지만 KAIST생과의 화학적 결합이 당장은 가장 시급하다.
공학분야에서 박사학위를 받는다는 이준수씨는 “KAIST 인터넷 커뮤니티에 가보면 ‘학적세탁’이라는 둥 자존심을 건드리는 말도 있었다”며 “ICU에 오래 있어 아는데, 학생 품성이나 실력이 어느 대학과 비교해도 모자라지 않을 뿐더러 ICU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음 달 1일이면 글로벌 속의 IT톱 대학을 지향하던 ICU는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ICU 출신들은 KAIST라는 새 이름표를 달지만 언제, 어디서나 제 이름값을 충분히 해낼 것이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