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리포트]서방 미디어 자본 유치 `알라딘 램프`를 꿈꾸며···

[글로벌리포트]서방 미디어 자본 유치 `알라딘 램프`를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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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정부에서 두바이 배우기 열풍이 일면서 이곳에 오는 우리나라 정부 부처나 지자체 공무원들이 견학 필수코스로 다녀가는 곳 가운데 하나가 바로 미디어 시티다. 두바이 미디어 시티는 두바이 정부가 첨단 미디어, 콘텐츠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포부로 지난 2001년 건설한 경제자유구역.

 제주도가 유치전에 뛰어든 두바이 부동산기업 테콤의 첨단기술도시건설 프로젝트 ‘스마트 시티’도 두바이 미디어 시티와 인터넷 시티를 모델로 삼고 있는 것으로 국내에 소개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되기 전인 2007년 두바이 미디어 시티를 방문해 “미디어 시티를 탄생시킨 (두바이 정부의) 창조적 리더십을 본받아야 한다”고 언급한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두바이뿐만 아니라 UAE 수도 아부다비와 요르단, 이집트, 카타르, 아부다비 등 중동 전역에서 최근 몇 년 새 때아닌 미디어 시티 조성 붐이 일고 있다. 중동 미디어 시티 붐의 본질은 무엇이며 과연 이들은 우리가 벤치마킹할 만큼 성공적인 사례일까.

 ◇중동에 부는 미디어 시티 열풍=중동 각국이 마치 유행처럼 미디어산업 집적단지, 즉 미디어 시티 프로젝트에 뛰어든 데는 무엇보다 서구언론의 영향이 크다. 1991년 걸프전, 2003년 이라크전 등으로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면서 서방언론들이 앞다퉈 중동에 진출하자 미디어산업이 해외 자본을 끌어들이는 매력적인 비즈니스라는 사실을 경험한 중동 각국이 2000년 이후 미디어 시티 조성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이다.

 중동 미디어 시티는 최초 설립시기만 놓고 본다면 요르단에서 출발했다. 수도 암만에 있는 요르단 미디어 시티(JMC)는 1978년 정부 주도로 건설됐지만 1991년 운영주체인 요르단 프로덕션 컴퍼니가 파산한 후 10년 넘게 방치됐다가 2001년 사우디아라비아 알 바라카 그룹이 자회사 아랍 라디오 텔레비전 네트워크(ART)의 방송 제작 및 송출시설로 인수하면서 100% 민영화됐다. 요르단 미디어 시티는 중동에서 유일하게 정부의 통제를 받지 않는 민영시설이라는 이점 때문에 ART뿐만 아니라 아랍샛, 나일샛 등 아랍지역 100여개 군소 위성방송채널이 몰리면서 중동 위성방송산업의 요람 역할을 하고 있다.

 이집트는 2002년 할리우드와 인도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방송 제작시설을 갖춘 미디어 시티를 오픈했으며 지난해 말에는 아부다비가 ‘아랍에 의한, 아랍을 위한, 아랍 고유의 콘텐츠 창출’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건 ‘아부다비 미디어 존(Twofour54)’을 완공했다. 카타르 정부도 알자지라 방송이 지분의 50%를 투자하는 미디어 시티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저마다 차별화된 컨셉트를 내세우고는 있지만 궁극적으로 이들이 추구하는 공통의 목표는 미디어와 콘텐츠의 미개척지 중동에 투자하려는 서방의 미디어 큰손들을 자국으로 끌어들이는 데 있다.

 ◇‘저력인가 단순 부동산 사업인가’ 엇갈리는 평가=특히 두바이 미디어 시티는 중동에서 가장 단기간에 급격히 성장한 사례로 꼽힌다. 2001년 1월 문을 연 두바이 미디어 시티는 25억7000만디르함(약 7000억원)이라는 막대한 초기투자금과 정부의 강력한 추진에 힘입어 청사진이 나온지 불과 1년 만에 완공돼 세계를 놀라게 했다.

 AP, CNN, CNBC, 로이터 등 유수의 글로벌 미디어를 비롯, MBC(Middle east Broadcasting Corporation), 라흐바니 프로덕션(Rahbani Productions), SRPC(Saudi Research & Publishing Co.), 타즈 TV(Taj TV) 등 중동지역의 주요 방송사와 신문사를 포함해 총 1000개가 넘는 기업이 입주해 있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허점이 많다. 우선 미디어 클러스터에 걸맞은 산업육성책이나 인센티브를 찾기 힘들다. 두바이 미디어 시티는 입주 기업에 100% 외국인 지분 보장, 소득세·법인세 면제 등 자유경제구역이 통상 제공하는 혜택을 보장하는 것 외에 차별화된 미디어 제도가 부재하다.

 미디어 시티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통신 인프라도 열악하다. 최고급 사양이라는 월 590디르함(약 20만원)짜리 인터넷 정액 서비스는 데이터 전송속도가 512Kbps, 데이터 용량 최대 한도는 6Gb에 불과하다. 두바이 시내 일반 가정의 인터넷 평균속도(1Mbps)보다도 느리면서 가격은 훨씬 비싸다. 인터넷 회선임대료 100디르함은 별도로 내야 한다. 이 밖에 전화요금과 전화기 임대요금, 팩스 임대요금도 개별적으로 추가 비용을 지출해야 한다.

 사정이 이런데도 두바이 정부가 선정한 신생 통신기업 두(du)가 미디어 시티 내 통신서비스를 독점하고 있어 입주기업들은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황이다. 두바이 미디어 시티는 두바이 내 다른 경제자유구역과 이름만 달리한 또 하나의 부동산 프로젝트일 뿐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오스트리아 디킨대의 퀸 교수는 최근 펴낸 ‘중동 미디어 시티 보고서’에서 “두바이 미디어 시티는 MBC, 로이터, CNN 등 이른바 간판이 될 만한 대형업체를 유치한 뒤 이를 홍보해 나머지 입주기업들을 모집하는 ‘쇼핑몰’식 마케팅 전략으로 몸집을 키웠다”며 “외형상으로는 성공했을지 모르나 두바이 미디어 시티가 아랍 미디어산업에 불러올 파급력은 회의적”이라고 지적했다.

두바이(UAE)=조윤아 IT칼럼니스트 forange2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