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1500원 재돌파...정부 개입강도 부심

  원달러 환율이 석 달 만에 1500원을 넘어서면서 외환시장이 불안에 휩싸이고 있다. 정부 당국도 외환시장 상황을 방치할 경우 환율 급등이 가속화할 수 있어 대책에 부심하고 있다.

2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장중 한때 1507.0원까지 치솟은 뒤 전날보다 25원 급등한 1506.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작년 11월25일(1502.3원) 이후 석 달 만에 1500원대를 기록했다. 지난 9일 이후 10거래일 동안 상승폭은 125원에 육박하고 있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미국과 유럽 금융시장 불안 등 대외 악재와 경상수지 적자 등 국내 수급 문제가 겹친 상황이어서 환율 상승세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다음 달 대외 배당금 지급이 본격화되면 경상수지 적자가 심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조선사의 수주 취소 가능성도 경상수지를 악화시킬 수 있는 요인이다. 지금처럼 외환시장 상황을 방치할 경우 환율 급등이 가속화할 수 있어 정부의 개입 강도도 점차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기획재정부 고위관계자는 20일 “환율 변동이 심상치 않아 지난주부터 추이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며 “지나치다고 생각하면 그대로 방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현 상황은 상당 부분 쏠림에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며 “1500선을 돌파하는 과정에서 투기세력이 준동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등을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필요한 경우 외환 당국이 개입 강도를 높일 수 있다는 메시지로 외환시장에선 1500원선 안팎에서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설 수도 있다는 의미로 해석했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 역시 이날 “현재 환율 수준은 높다”며 “최근 환시에 개입을 안 했다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외환당국은 지난 17일 외환시장에 6억∼7억달러 상당의 매도 개입을 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강만수 장관 재직시절 하루 매도 개입 규모가 최대 50억∼60억 달러에 달했던 데 비하면 개입을 매우 자제하고 있는 것이다.

 윤 장관은 청문회와 취임사 등을 통해 “환율은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과 시장 수급 상황에 따라 결정돼야 한다”며 “지금은 외환 보유액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보다 보유액을 확충하는데 더욱 신경 쓸 시점”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는 환율을 시장에 맡기고 가급적 시장 개입을 자제하며 외환보유액을 축적하겠다는 의미지만 환율 폭등세가 계속된다면 정부로서도 특단의 조치를 취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