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석 시공미디어 회장은 뚝심의 소유자다. 지난 2002년부터 만 7년 이상 교육 콘텐츠 ‘아이스크림’에 무려 280억원에 달하는 돈을 쏟았다. 그나마 가까운 지인에게도 알리지 않고 진행했다.
시공테크를 탄탄한 전문기업으로 성장시킨 그가 거금을 투자한 이유는 단 하나, 교육 콘텐츠가 갖고 있는 무한한 시장 잠재력 때문이다.
박 회장은 “문화 콘텐츠는 유행을 타지만 교육 콘텐츠는 영속성을 갖는다”며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교육 혁명의 물결 속에 제대로 된 콘텐츠를 만들면 상업적 성공은 물론 사회에 기여까지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고 설명했다.
박 회장의 믿음은 수긍이 가지만 현실의 벽은 높다. 우리 정부의 교육 정보화 예산은 하드웨어에 집중돼 있다. 최신형 컴퓨터에 고가의 전자칠판, 대형 디스플레이 등 겉모습은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지만 교육 효과는 예전과 큰 차이가 없다. 오히려 사교육의 득세로 공교육의 위축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박기석 회장은 지금의 교육 현장 정보화 상태를 “고속도로만 깔아놓고 정작 그 위를 달릴 자동차가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가르칠 콘텐츠가 없으면 하드웨어는 비싼 장식품에 지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어 그는 “정부 차원에서 교육 콘텐츠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문화 콘텐츠에 대한 지원은 해마다 늘고 있지만 교육 콘텐츠는 무관심의 대상”이라며 “콘텐츠 중심으로 진행되는 세계 교육 현장의 흐름에 우리나라만 역행하는 듯 느껴져 씁쓸하다”고 아쉬워했다.
박 회장의 강력한 의지에서 시작해 시공미디어 임직원의 노력이 만들어낸 아이스크림은 이미 일선 교육 현장에서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문제는 비용. 박 회장은 “초등학교 한 학급에서 아이스크림을 1년 내내 무제한 사용할 수 있는 비용이 3만9000원에 불과한데 그나마 예산이 없어 교사의 사비로 충당하는 상황이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교육정보화 지원 방향이 바뀌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서 나온다. 소프트웨어가 없으면 닌텐도DS는 한물 지난 부품으로 만든 게임기에 지나지 않는다. 콘텐츠에 대한 지원이 없다면 그동안 거금을 들여 갖춰놓은 일선 학교의 정보화 기기는 무용지물이다.
박 회장은 아이스크림을 교육 포털로 키울 청사진을 갖고 있다. 벌써부터 아이스크림에 탐을 내는 기업들의 러브콜이 쇄도하고 있지만 박 회장은 공교육의 한 우물을 파고 있다. 다른 기업과 협력하더라도 파격적으로 저렴한 비용의 서비스가 아니면 콘텐츠를 제공할 의사사 없다고 잘라 말했다.
내달부터 아이스크림의 상용 서비스가 시작된다. 7년 이상의 개발 시간과 300억원에 육박하는 비용을 들인 아이스크림이 우리나라 공교육의 새지평을 여는 날을 뚝심의 기업인 박기석 회장은 오늘도 기다리고 있다.
장동준기자 djj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