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껏 개발해 놓은 기술을 가져가 중소기업이 이해하는 데만 2년이 걸린다.”
“기술 익혀 쓸모 있는 인력을 만들어도 중소기업으로 가려고 하지 않는다. 일자리 부족이라지만, 중소기업은 구인난에 허덕인다.”
정부 연구개발(R&D) 사업의 악순환을 끊고,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중소기업 기술지원, 기술 사업화 확대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 제시됐다. 이른바 ‘패키지 R&D’ 방식을 전 정부 출연연구소(출연연)로 확대해 당장의 위기 돌파는 물론이고 위기 이후 도약기에 산업기술 경쟁력으로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22일 정부 및 관련 기관에 따르면 올해 처음으로 40억원의 예산이 배정된 ‘패키지형 R&D사업’이 기술 개발과 기술의 중소기업 이전 간 벽을 허물어 2007년 말 기준 24%에 불과한 우리나라 전체 기술사업화 비중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방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패키지 R&D’ 방식은 정부 예산을 지원받아 연구소가 3년간 R&D를 수행하면서 키운 연구인력을 기술개발 후 중소기업에 배치해 자연스럽게 상용화로 연결시키게 된다. 중소기업은 연구인력에 대한 인건비 걱정 없이 양질의 인력을 공급받을 수 있다. 기술이 곧바로 사업화로 이어져 시장성도 높다.
서영주 한국전자부품연구원장은 “중소기업과의 수요 조사 및 면밀한 공동 기획 아래 진행하면 인력 이탈 등의 제반 문제점은 충분히 방지할 수 있다”며 “중소기업 경쟁력 제고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여인국 기술거래소 기획혁신본부장도 “지금까지 정부가 원천기술 R&D에 초점을 맞춰 투자를 해왔기 때문에 사업화 정책은 아직 초기 단계”라며 “연구소에서 개발한 기술이 기업으로 넘어가면 개량이 이뤄져야 하는데 기술 이해도가 부족해 상당한 규모의 간극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여 본부장은 “기술이전 사업 계약을 체결하면서 기술전수교육훈련 실시를 권장하는 조건을 내걸지만 예산이 부족하다 보니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어 다양한 정책적 실험이 필요하다”며 “패키지형 R&D 사업이 활성화되면 인력 양성, 고용 창출뿐만 아니라 기술이전 및 사업화도 한층 앞당겨질 것”으로 기대했다.
산업기술평가원이 지원하는 지역연고산업육성사업도 기술개발, 인력양성, 마케팅 등 패키지형으로 지원하는 프로그램으로 지난 2004년부터 추진됐다. 기업의 기술개발을 실질적인 매출 증가와 고용창출 등으로 연결해 지역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한 의도로 마련됐다.
한 예로 부산 지역 신라대학교에서 추진한 ‘해양생물산업 지원’은 부산의 미래 핵심성장동력인 해양 바이오 기술을 바탕으로 기술개발 인력양성, 마케팅은 물론이고 제품의 생산 제작 유통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원스톱 풀서비스로 지원했다. 해양생물 관련 업체를 단순 가공업체에서 고부가가치 첨단 해양생물 산업체로 전환해 기술개발, 인력양성, 사업화 및 마케팅 등 다양한 성과를 거둔 사례다.
황수언 산업기술평가원 지역혁신실장은 “기술개발에만 치중하거나 인력양성에만 투자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패키지형으로 지원하면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가져올 수 있다”며 “현재 지역연고산업육성사업에만 이런 방식이 적용되고 있지만, 앞으로는 패키지형 지원 사업을 R&D에만 그치지 않고 고용창출이나 기업 경쟁력 강화로 넓힐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진호·김민수기자 jholee@etnews.co.kr
정부 예산으로 키운 연구인력 中企에 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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