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한 지난해 2월 25일 증시는 상승세로 마감했다. 노태우·김영삼·김대중·노무현 등 전임 대통령은 모두 취임일 주가가 급락했지만 이 대통령은 1.34% 상승하며 쾌조의 출발을 보였다. ‘경제 대통령’에 대한 기대감이었다.
그러나 이 같은 기대감은 최악으로 치달은 대외적 환경 변화와 우리 정부의 미숙한 대응으로 곧 실망감으로 바뀌었다.
7% 성장 가능한 잠재력을 확보하기 위해 수출에 드라이브를 건다는 명목하에 정부가 원달러 환율 상승을 부추기면서 첫 단추를 잘못 끼웠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취임 초 환율상승을 부추기는 듯한 신호를 보내면서 연초 900원대였던 환율은 연말에 1400원대까지 치솟았다. 이 같은 고환율 정책은 목표했던 수출 확대 효과도 거두지 못하고 저환율에 대비해 환파생상품인 키코에 가입했던 중소기업에 큰 타격을 입혔다.
비슷한 시기에 유가와 원자재가 폭등한 것은 타는 불에 기름을 부은 것과 마찬가지였다. 고환율 환경에서 유가와 원자재가 마저 높아지자 중소기업과 가정은 하루가 다르게 높아지는 물가로 인해 시름을 겪었다. 그제서야 정부는 고환율 정책을 포기하고 환율을 떨어뜨리기 위해 달러를 시장에 퍼부었지만 2007년 말 2622억달러에 이르렀던 외환보유고가 2000억달러 선을 위협받을 정도로 곳간만 축내는 결과를 낳았다.
그나마 버티던 경제는 9월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을 시작으로 미국의 4대 투자은행이 경영난으로 결정타를 맞았다. 그 타격이 세계경제 침체로 이어지면서 한국 경제도 깊은 늪 속으로 빠져들었다.
결국 7%를 목표로 내세웠던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2.5%로 IMF 외환위기 때인 1998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이래 최악의 성적표를 내놨다. 올해는 정부마저 2% 성장감소를 예상하고 있는 지경이다.
비록 초기에는 대응이 미숙했지만 정부는 다시 추스려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였다. 유가 급등으로 치솟은 물가에 대응해 유류세 인하와 환급을 실시했고, 공공요금 동결과 인상 최소화 등을 시행했다. 지난해 하반기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후 격화된 경제위기 앞에서는 금리를 낮추고 한미·한일·한중 통화스와프 체결, 확대로 외화 유동성도 확보했다.
수정예산안 편성으로 재정 집행을 확대하는 한편 예산조기집행에도 나섰고, 소득세와 법인세, 종부세 등 35조3000억원의 대규모를 감세를 실시했다.
이와 함께 실물경제 침체에 맞서 중소기업 보증의 원칙적 만기연장, 은행자본확충펀드 조성, 기업재무개선지원단 설립 등을 통한 기업 구조조정 착수도 신속하고 적절한 대응이라고 할 수 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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