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원·달러 환율이 석 달 만에 1500원을 넘어서면서 이같은 불안이 이번주에도 지속될지 관심을 끌고 있다. 당국은 시장안정을 위해 2000억달러에 이르는 외환보유액을 헐어서라도 개입에 나설수 있음을 경고했다.
2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장중 한때 1507.0원까지 치솟은 뒤 전날보다 25원 급등한 1506.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작년 11월25일(1502.3원) 이후 석 달 만에 1500원대를 기록했다. 지난 9일 이후 10거래일 동안 상승폭은 125원에 육박하고 있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미국과 유럽 금융시장 불안 등 대외 악재와 경상수지 적자 등 국내 수급 문제가 겹친 상황이어서 환율 상승세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다음 달 대외 배당금 지급이 본격화되면 경상수지 적자가 심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조선사의 수주 취소 가능성도 경상수지를 악화시킬 수 있는 요인이다.
제 2기 경제팀은 그동안 1기 경제팀과 달리 환율 시장 개입에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윤증현 장관은 청문회와 취임사 등을 통해 “환율은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과 시장 수급 상황에 따라 결정돼야 한다”며 “지금은 외환 보유액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보다 보유액을 확충하는데 더욱 신경 쓸 시점”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외환당국은 지금처럼 외환시장 상황을 방치할 경우 환율 급등이 가속화할 수 있어 2000억 달러에 이르는 외환보유액을 헐어서라도 시장개입에 나설수 있음을 경고했다.
한국은행 고위관계자는 22일 “시장 개입 여부는 그 필요성에 따라 판단하는 것”이라면서 “외환보유액이 2000억달러 아래로 내려올지 여부는 개입에 있어서 전혀 고려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같은 입장은 물론 기획재정부와도 조율된 것으로 보인다. 재정부 고위관계자는 이날 “심리적인 면 때문에 외환보유액을 사용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일부 있지만 외환보유액은 전액 사용가능한 것으로 비상시라고 판단되면 언제든지 쓸 수 있다”고 말했다.
외환당국의 이런 입장은 외환보유액 2000억달러를 유지하기 위해 환율의 비정상적인 상승을 방치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그동안 외환당국은 외환보유액이 2000억달러 아래로 내려오면 미래 위험에 대한 대응 능력이 상실된다는 지적을 의식, 보유액을 통한 시장개입을 신중히 해왔다.
금융감독원도 외환시장 불안이 가중됨에 따라 국내은행들의 외화차입 현황을 정밀 점검하기로 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동유럽 국가들의 디폴트(채무불이행) 가능성이 불거지는 등 글로벌 신용경색이 심화되고 있다”며 “국내 은행의 외화차입 현황을 재점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