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인적자원부와 과학기술부를 통합한 교육과학기술부 체제 출범, 1년이 지났다. 이명박 정부 출범과 함께 탄생한 교육과학기술부는 고등교육과 기초과학 육성을 연계해 시너지를 창출하는 것을 목표로 내걸었다. 교과부 1년을 지켜본 반응은 신통치 않다. 교육과 과학이 융합되기보다는 각자 따로 움직인다는 평가다. 내부 구성원들의 화학적 융합도 이뤄지지 않았다. 교과부의 1년 동안의 성적표를 짚어본다.
◇교육현안에 묻힌 과학=교과부 출범 전부터 교육현안에 과학정책이 밀릴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1년이 지난 현재까지 이 우려는 극복되지 못했다.
국정감사에서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의원들의 질의는 교육 8, 과학 2의 비율로 교육에 집중됐다. 그나마 과학에 대한 질의는 서상기, 이상민 등 일부 의원을 제외하면 대부분 구색을 맞추기 위한 수준이었다. 부처 내 업무에서도 현안인 교육이 우선이다. 교과부 한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봐야하는 과학에 비해 항상 이슈가 되는 교육에 더 집중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직내 불협화음 여전=과거 사례를 보면 여러 부처를 하나로 합치는 경우 완전한 융합이 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려왔다. 교과부 통합에서도 재현됐다.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교육부 출신, 과기부 출신으로 구분한다. 직위에 따라 교육부 출신이 가는 자리와 과기부 출신이 가는 자리도 구분된다.
초기 업무를 인위적으로 섞었지만 전문성 결여로 인한 혼란만 가져왔다. 이 때문에 교과부는 업무 수행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외부 컨설팅을 받고 있다.
안병만 장관은 컨설팅 결과에 따라 3월에 조직을 개편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특히 이번 조직개편은 행정안전부의 대국대과 개편지침과 맞물려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본적으로 교육과 과학을 섞은 것 중 불협화음이 나는 부분을 시너지 낼 수 있게 재배치하고, 행안부 지침에 따라 소규모 과가 통폐합될 것으로 보인다.
아직 구체적인 방안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교육과 과학을 인위적으로 섞은 것을 업무 일관성과 효율화에 맞춰 재배치할 것으로 예상된다. 1차관 소관인 과학기술인력 정책을 2차관 소관으로 보내고, 2차관 소관인 대학 육성정책을 1차관 산하로 보내는 것 등이 거론되고 있다.
◇과학기술 분리 주장도 제기=교과부가 출범한 지 이제 불과 1년이 지났지만 교과부 체제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명박 정부에서 분리가 안된다면, 다음 정권에서는 반드시 과학기술을 분리해 이분야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과학기술 전담 컨트롤타워 부재로 과학기술의 위상격하가 이뤄지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과학기술 시민단체인 ‘바른 과학기술사회 실현을 위한 국민연합(이하 과실연)’은 지난해 말 창립 3주년을 맞아 발표한 성명에서 “과학기술부가 총괄하던 국가 R&D정책은 현재 여러 부서로 분산돼 각 부서마다 각개 약진하는 난맥상을 보이고 있다”며 “국가의 과학기술정책을 총괄하는 컨트롤 타워를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과위 소속인 이상민 자유선진당 의원은 “막상 통합되니까 긴급 현안이 많은 교육에 과학이 밀리는 것이 사실”이라며 “과학기술 정책을 전담 컨트롤 할 수 있는 부처가 필요해 이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