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유통업계, 또다시 환율공포

 원달러 환율이 지난 연말 이후 석달 만에 1500원선을 오르내리면서 IT 유통업계가 또다시 환율 공포에 휩싸였다.

 지난해 하반기 환율 급등 과정에서 적게는 수억원에서 많게는 수십억원 규모의 환차손을 입었던 기억이 되살아났기 때문이다.

 시스코, 넷앱 등과 달러화로 거래하는 영우디지탈은 최근 환율이 올 초 마련한 내부 예상치 1100∼1200원을 크게 웃돌자 대책 마련에 나섰다.

 지난해 말 환차손을 입으면서 얻은 학습효과로 미리 달러화를 매입해놓은 덕에 지난달까지는 별다른 손실 없이 넘겼지만 최근 환율이 1500원선에 도달하자 다시 고민에 빠졌다.

 송진영 경영지원본부장은 “언제까지 달러화로만 대응할 수는 없는 문제”라며 “벤더사와 대책을 마련 중이지만 아직 뚜렷한 해결책을 찾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원화로 거래하는 유통업체라고 해서 환율문제로부터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환율 충격을 이기지 못한 벤더가 출고가격을 조정하면 이는 곧바로 유통업체에 대한 할인율 인하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HP 서버를 유통하는 A사 관계자는 “환율이 오르면 한 달 전에 비해 할인율이 축소되고, 이는 유통업체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진다”고 전했다.

 이처럼 상황이 악화되자 벤더사도 유통업체의 환율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팔을 걷었다. 지난해 환차손을 우려한 유통업계가 소극적으로 사업에 임하면서 매출이 줄었던 문제가 재발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한국EMC는 지난해 말 도입한 한시적인 원화 결제제도를 지속하고 있으며, 시스코코리아와 한국넷앱 등은 지난 연말 유통업계가 입은 환차손 가운데 일부를 최근 보상포인트 확대 및 자체 마진율 축소 등을 통해 보전했다.

 한국넷앱은 국내 유통업체와의 거래를 아예 기존 달러화에서 원화 기반으로 바꾸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24일 방한하는 본사 부회장도 국내 유통업체에 대한 지원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김백수 한국넷앱 부사장은 “유통업체에 가장 좋은 것은 원화 결제겠지만 이는 내부제도 수정 및 법적절차 등에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된다”며 “그 전에 조금이라도 환율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