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팹리스 기업, 절반 이상 `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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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국내 주요 팹리스기업중 절반 이상이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IT 경기 부진과 더불어 치열한 경쟁, 단가인하 압력의 영향을 고스란히 반영한 결과다. 연구개발비 증가와 전방산업인 시스템 구조가 급변하면서 업체들이 기술적흐름을 쫓아가지 못하는 것이 주요인이었다. 특히, 증시 상장 이후 치밀한 사업계획이 부족, 신제품 출시가 지연되고 기존 사업영역에서 탈피하지 못하는 것도 적자가 발생한 원인으로 지적됐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팹리스기업 20개사중 12개 기업이 지난해 이익이 남는 장사를 하지 못했다. 2007년에 비하면 무려 5개사가 늘었다.

씨앤에스테크놀로지, 에이디칩스, 상화마이크로텍, 에이로직스, 이엠엘에스아이, 픽셀플러스, 코아크로스는 지난해를 포함해 적자지속 상태다. 이들 기업은 뚜렷한 캐시카우가 없는데다, 경기불황 여파가 ‘설상가상’으로 겹쳤다.

여기에 코아로직, 엘디티, 다믈멀티미디어, 넥실리온, 펜타마이크로도 적자기업 대열에 가세했다. 코아로직은 전년(1190억원) 대비 20% 이상 감소한 918억원의 매출을 기록, 적자전환했다. 회사 측은 고객사의 저가폰 비중 확대로 주력제품의 탑재 감소와 신제품 출시가 지연됐으며, 구조조정과 경비절감 노력에도 매출액이 줄어 적자를 냈다고 설명했다.

엘디티 역시 전년(255억원) 대비 20% 이상 감소한 193억원의 매출로 역성장하면서 손실을 기록했다. 다믈멀티미디어는 전년(291억원) 대비 40% 이상 감소한 164억원의 매출에 연구개발비 증가로 적자를 냈다. 넥실리온도 전년(98억원) 대비 절반 수준에도 못미치는 42억원의 매출로 손실을 기록했으며, 펜타마이크로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허염 실리콘마이터스 사장은 “팹리스기업은 꾸준한 제품개발과 인력충원 등으로 파이프라인(사업역량)을 탄탄히 다져, 후속제품으로 지속성장해야하나, 국내에선 대부분 그렇게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운호 푸르덴셜투자증권 애널리스트도 “TI나 퀄컴 등 외국의 메이저기업들은 꾸준히 시장의 주도권을 잡고가는 반면 국내 기업들은 기술변화에 대응이 늦고 시행착오를 겪는다”면서 “미래에 대한 철저한 준비가 부족, 상장으로 생기는 자금을 적절히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설성인기자 siseol@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