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와 방송통신위원회 등 규제기관의 KT-KTF 합병 인가 심사에 속도가 붙었다. 합병 인가 및 조건에 대한 윤곽도 조만간 구체화될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KT-KTF 합병 인가 최종 결정권을 가진 방통위의 ‘KT-KTF 합병 자체에 대해 반대하지 않는다’는 견해가 수차례, 직간접적으로 확인된 만큼 별도의 인가 조건 부여를 방식의 ‘조건부 허가’가 유력하다는 전망이 곳곳에서 제기된다.
이 같은 전망은 반 KT 진영의 합병 반대 주장에도 불구하고 KT-KTF 합병이 글로벌 통신사업자와의 경쟁 및 유·무선 통신 통합 등의 트렌드를 고려할 때 ‘불허’할 수 있는 근거가 미약하다는 분석에서 비롯된다.
그동안 규제기관은 SK텔레콤-신세기통신, SK텔레콤-하나로통신(현 SK브로드밴드) 등 주요 통신사업자간 인수합병(M&A)에 별도의 인가 조건을 부여,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토록 한 바 있다.
규제기관이 KT-KTF 합병 이후 달라지는 시장 구도를 감안해 경쟁 활성화를 위해, 공정경쟁 환경 조성을 위해 별도의 조건을 부여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KT-KTF 합병에 따른 별도의 인가 조건이 필요한 이유가 무엇인 지, 합리적인 인가 조건이 무엇인 지를 제시한다.
김원배기자 adolfkim@etnews.co.kr
① 인가조건 불가피
지난 2000년 SK텔레콤과 신세기통신 합병 당시에 공정위는 2001년 6월까지 시장점유율을 50% 미만으로 유지하고, SK텔레텍으로부터 공급받는 단말기가 연간 120만대를 초과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SKT의 이동통신 시장지배력이 휴대전화 단말 시장으로 전이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 SKT가 신세기통신 합병 이후 자회사인 SK텔레텍 단말기 수요를 증가시켜 시장 경쟁을 저해·왜곡할 우려가 크다고 판단한 결과다.
지난 2007년 정통부는 결합판매와 관련된 조건, 농어촌 지역에 대한 망 투자, 무선인터넷 망 개방 등을 조건으로 SKT의 하나로텔레콤(현 SK브로드밴드) 인수를 인가했다. 하나로텔레콤 인수에 따른 SKT의 이동시장 지배력 확대를 우려한 조치다.
규제기관의 이같은 판단은 사업자간 인수합병으로 발생 가능한 경쟁 제한적 요소를 최소화하고, 선의의 경쟁을 유도할 수 있는 공정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포석이다.
KT 시장지배력의 원천인 필수설비와 관련, KT가 보유한 통신관로는 약 11만km(10만 8509km)로, 95.38%에 이른다. SK브로드밴드와 LG파워콤은 각각 3319km(2.9%)와 1564km(1.37%)에 불과하다. KT 통신전주는 380만개(100%)에 이른다.
경제연구소 등은 기존 KT가 보유한 필수설비를 갖추기 위해 40조원∼60조원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막대한 비용 뿐만 아니라 물리적으로, 시간적으로 ‘복제’가 불가능하다는 분석이다.
KT 필수설비가 비유효경쟁 및 KT의 독점적 지위를 유지하게 하는 핵심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KT가 독점적으로 보유한 관로와 전주 등 필수설비가 별도의 조치없이 통합 KT로 이전될 경우에 기존 시장지배력이 배가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통합 KT는 시내전화와 이동전화, 초고속 인터넷 등 유무선 통신 전반에 걸쳐 방대한 가입자를 확보하게 된다. 통합 KT가 기존 가입자를 바탕으로 결합상품 마케팅에 나설 경우에 사실상 전 국민을 아우르는 가입자 정보를 확보, 마케팅 용도로 활용 가능해짐에 따라 경쟁사업자에 비해 현저하게 우월한 경쟁수단을 확보하게 된다는 지적이다.
KT의 유선 시장 지배력이 이동전화와 방송시장 지배력으로 확대·재생산될 수밖에 없다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KT와 KTF가 다양한 용도의 광범위한 주파수 대역을 이미 확보하고 있는 만큼 통합 KT가 800㎒와 900㎒ 등 저주파 대역 등을 추가적으로 확보할 경우에 주파수 독점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러 유효 경쟁 자체가 불가능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통합 KT 출범은 시내전화와 초고속인터넷, 이동전화, 인터넷전화, 방송(IPTV)을 단일사업자가 서비스할 수 있게 됨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통합 KT의 규모를 감안할 때 기존 시장지배력을 완화하지 않은 채 합병이 허용되면 유무선 통신 및 방송 시장이 특정사업자로의 쏠림현상이 급격화될 수밖에 없다.
후발·신규사업자와의 공정 경쟁이 원천적으로 차단될 수 밖에 없고, 이용자의 선택권이 제약될 수 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학계 전문가는 “KT-KTF 합병이 이뤄질 경우 필수설비의 경제적 병목성이 강화되고 요금경쟁보다 가입자 유치를 위한 마케팅경쟁이 가열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 뒤 “이러한 점들이 인정된다면 합병을 불허하거나 경쟁제한성을 사전에 컨트롤할 수 있는 조치가 취해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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