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동치는 환율 `리스크 관리`에 만전"

 무려 9거래일 동안 상승했던 원달러 환율이 23일에는 전날에 비해 17원 급락한 1489원으로 마감되며 열흘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외환 당국의 시장 개입 경고와 실제 당국의 시장 개입 물량으로 추정되는 달러 매도가 이뤄지면서 이날 달러화가 하락세로 반전했다. 일단 외환 시장의 불안이 진정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동유럽 국가의 부도 가능성 등 대내외 위험요인이 있어 당분간 환율 시장은 변동성이 클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기업의 철저한 환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당분간 상승 불가피=전문가들은 환율 상승 심리를 제어할 만한 정부의 강력한 시장 개입이 수반되지 않으면 환율은 지난해 최고점인 1525원을 뛰어넘어 1550원 선까지 상승 폭을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최근 환율 시장에서 가장 큰 변수로 떠오른 외국인의 주식 매도세가 계속되면 얼마든지 이를 넘어설 수 있다. 시중은행 외환 딜러들도 만약 전고점을 돌파하면 시장 불안이 증폭돼 1600원대까지 단기적으로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환율이 내려갈 변수는 거의 없어 보이며 경기 회복 기대감이 있어야 한다”면서 “동유럽발 금융 위기, 경기 침체 심화, 국내외 증시 등을 감안한다면 상반기에는 안정이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수출 회복 기대감=달러화 초강세는 수출기업에는 호재다. 수출 물량은 양적으로 감소하겠지만 가격 경쟁력 확보로 수출 위축 속도를 늦출 수 있다. 특히 원화 약세로 중국 및 일본 제품과 가격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20일까지 잠정 집계한 2월 우리나라 수출액은 환율 효과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0.4% 늘어났다. 1월 33.8%의 사상 최대 감소율을 기록했던 점을 감안하면 괄목할 만한 반전이다. 특히 반도체와 LCD 등 매출의 대부분이 수출인 품목은 환율 수혜가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수출 증가는 무역수지 흑자를 가져와 환율 안정에 도움을 주게 된다. 이동근 지식경제부 무역투자실장은 “경상수지가 통상 무역수지보다 10억∼15억달러 더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2월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더 늘어날 것”이라며 “무역수지 개선이 환율 안정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환리스크 관리 철저해야=환율의 변동성 증가는 많은 기업에 고통을 안겨주고 있다. 환율이 안정적으로 오르면 수출기업 수지에 큰 도움이 되지만 최근과 같은 높은 환율 변동성은 기업의 환율 예측 등 외환 관리 대응 능력을 떨어뜨려 자칫 손실을 입히는 일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김세종 중소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기업들의 수출을 독려해야 한다”며 “해외 시장 침체로 수요는 줄었지만 수출 여건이 좋아졌기 때문에 해외 시장 개척을 적극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연구위원은 환 변동 리스크 관리는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외화 부채의 관리 강화도 필요하다. 이한득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가능하다면 외화 차입을 원화 차입으로 바꾸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하다”며 “또 글로벌 시장 침체로 시장 확대가 어려운 점을 감안해 제조 비용 절감 등 내부적 관리를 강화하는 것도 한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권상희·김준배기자 shkw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