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불황으로 국내 전자 시장이 크게 위축됐지만 휴대형 IT 제품만은 ‘고공비행’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냉장고·세탁기와 같은 전통 생활가전 품목은 가장 크게 타격을 받았다.
시장조사업체 GfK가 내놓은 ‘2008년 국내 전자제품 시장 동향’에 따르면 MP3 및 MP4플레이어·내비게이션 등 포터블 미디어 제품이 전년과 비교해 31%나 성장했다. 경기 불황으로 시장이 크게 줄어들었던 지난해 4분기에도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33%나 성장하는 기염을 토했다.
LCD TV 시장도 전년에 비해 20%나 성장했다. 성장률이 크게 오르면서 LCD TV가 전체 영상·음향 가전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년 사이 46.4%에서 51.8%로 높아졌다. LCD TV가 수요를 떠받치면서 영상·음향 가전 시장은 전년에 비해 7.3% 성장했다. GfK 측은 “교체 수요 발생 시점과 주요 기업의 가격, 신제품 정책이 맞아떨어져 수요를 견인한 것”으로 분석했다.
휴대폰이 주력인 이동통신 시장도 지난해 4분기에 1조5940억원으로 전년 대비 24.7%라는 깜짝 성장률을 보였다.
그러나 2008년 전체 시장 규모는 전년에 비해 0.7%가량 마이너스 신장했다. 소형 가전 부문도 지난해 시장 규모가 1조190억원으로 6% 성장률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1조원을 넘었다. 디지털카메라 등 포토 이미징 시장도 지난 4분기에 1.8%로 경기 불황의 영향을 받았지만 2008년 전체 성장률은 11.5%에 달했다.
반면에 생활가전 품목은 불황의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해 생활가전 시장은 2조7210억원으로 1년 사이에 18.2%나 줄었다. 특히 생활가전은 지난 4분기에 6260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감소율이 12%에 달했다.
지난해 국내 전자제품 시장 규모는 지난해에 비해 1.8% 감소한 13조5290억원이었다. Gfk는 국내 전자제품 시장 규모가 감소한 것은 외환위기 이후 이번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GfK 측은 “경기 불황에도 지난해 잘 팔린 제품의 특징은 소비자의 잠재 욕구를 파악해 미리 대응했다는 점”이라며 “올해 주요 전자업계는 LCD TV, 휴대형 미디어 제품 등을 벤치마킹으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번 조사는 독일계 시장조사업체 GfK그룹이 패널로 등록한 국내 2100개 이상의 소매점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