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칠 줄 모르는 엔화 상승 현상으로 인해 부품소재 업계에 ‘와타나베부인 효과’가 기대된다. 한일 무역역조 개선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부품소재 산업이 품질 대비 가격경쟁력에서 우위에 서게 되면서 무역수지를 개선할 수 있는 천금 같은 기회가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정부·관련 기관에 따르면 오는 4월 국내에서 열리는 ‘한일 부품소재 조달공급전시회’의 일본 참가기업을 당초 30개사 50부스 정도로 예상했지만 두 달 가까이 남은 24일 현재 60개사가 133부스를 신청해 그야말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이 중 일본 기업이 원하는 부품의 세부 사양과 샘플 제품을 전시, 국내 기업의 개발·조달 가능성을 중심으로 비즈니스 상담을 진행하는 이른바 ‘역견본시’ 참가희망 기업이 36개사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엔화 상승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한국 부품을 수입하려는 일본 기업의 관심이 뜨거운 셈이다.
일본 측 참가 기업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특히 행사가 열릴 4월 16일까지 몇 개의 일본 기업이 참가를 신청할지 알 수 없을 정도다. 지식경제부는 참가 희망 일본 기업을 가능하면 수용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김성진 지식경제부 부품소재총괄과장은 “2월 초에 이미 50여개의 일본 기업이 전시회 참가 신청을 했을 정도로 뜨거운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몇 개 기업이 참가할지 모르겠지만 원하는 일본 기업은 되도록 모두 전시회에서 상담을 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부품소재 업계로선 일본 시장을 개척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게 됐다. 업계는 기술수준에서 일본에 근접하거나 일부 부품은 앞선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판단, 이번 기회가 한일 무역의 고질병인 부품소재 무역역조를 해결할 수 있는 단초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지난해 전체 무역 적자는 130억달러며, 대일 무역적자가 327억달러로 2007년에 비해 28억달러나 늘었다. 이 중 부품소재 분야 대일적자가 208억달러로 60%가 넘는다.
엔화 대출을 받았거나 키코에 가입해 엔화 상승에 따른 고통을 호소하는 부품 소재기업도 일부 있지만 일본 기업의 러브콜에 즐거운 기업도 많다. 대표적인 정밀 부품업체인 KJ프리텍(대표 홍준기)은 지난해 일본 엡슨사로부터 휴대폰용 LCD 백라이트유닛(BLU) 외주 공급을 요청받은 뒤 올해 들어는 샤프 등 내로라하는 일본 업체로부터 주문이 쏟아졌다. 이 회사 관계자는 “까다로운 일본 업체도 이미 삼성·LG에서 검증된 부품 협력사라면 기술 경쟁력을 충분히 인정한다”면서 “환율에 따라 자국 내 원가 경쟁력이 크게 약화된 탓에 최근에는 가만히 앉아 있어도 찾아오는 일본 손님이 많다”고 전했다.
세계 시장을 석권하는 LCD 후방 산업 쪽도 마찬가지다. LCD 액정장비 전문업체인 탑엔지니어링과 핵심부품인 냉음극형광램프(CCFL) 업체인 우리ETI는 최근 샤프·IPS알파 등 일본 현지의 LCD 패널 업체로부터 호평을 받으면서 올해부터 대일 수출이 가시화할 것으로 기대했다.
KOTRA와 함께 이번 전시회를 준비하고 있는 정준석 부품소재산업진흥원장은 “지난해 말 원엔 환율이 1250원을 돌파한 데 이어 최근에는 1600원을 넘을 정도여서 일본 기업의 값싼 부품 찾기는 일본인의 한국 명품쇼핑만큼이나 늘어날 것”이라며 “기술력 있는 국내 중소 부품소재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움직여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적극적인 움직임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서한·김민수기자 hseo@etnews.co.kr
※와타나베부인 효과란:일본에서 흔한 성을 딴 국제 금융가의 조어로, ‘와타나베 부인’은 저금리의 엔화로 고금리 국제의 금융상품에 투자해 고수익의 투자 기회를 노리는 소액투자자를 말한다. 최근에는 엔화 상승 현상으로 한국을 방문, 명품 쇼핑으로 막대한 소비를 하는 일본의 손 큰 관광객과 이로 인한 수익 향상까지 표현하는 용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