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OBIZ+] 거장의 예술혼에 바치는 디지털의 헌사

[CIOBIZ+] 거장의 예술혼에 바치는 디지털의 헌사

 스페인의 천재 건축가 안토니오 가우디 필생의 역작인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정작 가우디는 완성된 건축물을 보지 못하고 눈을 감았지만, 가우디의 뜨거운 예술혼이 담긴 설계도에 따라 무려 100년 넘게 건축이 진행되고 있다.

이 성당은 자연을 닮은 기하학적 곡선과 유기적 형태를 띤 세기의 걸작으로 매년 수백만명의 관광객을 스페인 바르셀로나로 불러들이고 있다. 천재 건축가 가우디의 진면목을 가장 잘 표현하고 있는 기념비적 건축물로 세계적 명성을 얻고 있다. 이 건축물의 압권은 예수와 성모 마리아, 그리고 12명의 제자와 4명의 복음서 저자들을 상징하는 18개의 탑인데, 앞으로 한 세기가 더 지나야 완성된 모습을 볼 수 있다고 하니 경이로움 그 자체다. 비록 가우디는 잠들었지만 그 혼은 잠들지 않고 세기를 뛰어넘는 감동을 우리에게 선사하고 있다.



 △디지털 건축 기술, 거장의 예술혼을 잇다=가우디는 ‘저 나무가 나의 교본’ 이라며, 신의 선물인 자연을 건축물로 형상화하고자 일생을 헌신했다. 그 결정체가 바로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이다. 미처 완성되지 못한 생애 마지막 작품을 남겨두고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아래 그는 조용히 잠들어 있다. 안타깝게도 역사 속 거장을 현세로 다시 불러들이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수많은 돌조각과 형상들을 직접 돌로 쪼개고 부셔가며 혼을 불어넣은 그의 예술혼을 첨단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재현해보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3D모델링 기법을 이용해 천재 건축가의 세심한 손길을 재현해볼 수 있는 것이다. 돌을 타원형으로 깎는 데 과거 6개월이 걸렸다면 3D모델링 기법을 활용하면 10분 만에 뚝딱 해치울 수 있다. 3D로 모양을 만들어보고 다른 계산식을 대입해 볼 수도 있다. 기존에 지어진 건축물과 조화를 이루고 있는지, 주변 환경은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미리 파악할 수도 있다. 한번 입력된 설계 정보는 제2의 돌형상과 돌기둥을 만들어내는 데 들어가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여준다. 가우디의 예술혼과 건축 양식을 고스란히 지키면서도 시간과 비용을 단축할 수 있다. 주변환경과의 조화를 중시했던 가우디의 건축 철학을 살려 건축 디자이너의 상상력을 발휘하는 데서도 디지털 건축 기술은 최상의 환경을 조성해준다.

현재 사그리다 파밀리아 성당 건축에는 프랑스의 PLM 솔루션 전문 업체인 다쏘시스템의 3D 설계 솔루션이 활용되고 있다. 3D모델링 기법은 건축 PLM(제품수명주기, Product Lifecycle Management)의 가장 기본이 되는 설계사상이다. 한동안 가우디의 건축 양식을 지키기 위해 수작업을 고집하려 했던 진영과 IT 건축기술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섰으나, 건축 분야에 적극 활용되기 시작한 PLM 솔루션이 등장하면서 논쟁에 종지부를 찍었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의 현지 공사감독 조 블라스코(Jose Blasco)씨는 “IT 솔루션을 활용한 건축은 수치 조절로 상태를 파악하는 일종의 수학적인 매커니즘인데, 고유의 결정체들을 가진 단단한 화강암을 조각하던 기존의 기계나 도구들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가우디의 건축 양식을 완벽히 이해하는 데 어쩌면 아직도 20년이 더 걸릴 수 있다”고 말하는 블라스코씨는 “다쏘시스템의 PLM 솔루션이 이 프로젝트를 완공하는 데 결정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PLM, 세기의 건축물을 짓는 IT예술가=이미 세계 곳곳의 초고층 건물, 곡선형 건물, 비정형 건물 건축에 PLM 솔루션이 각광받고 있다. 설계뿐 아니라 건축물의 시공, 사용, 유지 보수, 재건축, 건축 자재의 재활용까지 건축물의 전체 수명을 관리하는 데 PLM이 적극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독창적이고 아름다운 설계 디자인은 물론 친환경 요소와 각종 규제에 부합하는 건축물이 요구되면서 PLM 솔루션이 건축 설계 분야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로 자리잡고 있다. 3D 특수설계 시스템으로 비정형 고층 건물을 디자인한 뒤, 3D 시뮬레이션을 통해 시설물의 생애주기를 분석할수 있다. 물류, 인력, 현장 관리 등 최첨단 디지털 건축 설계 시스템을 활용해 건축물을 시공하고, 형성된 건축 설계 관련 데이터 관리 및 활용을 통해 최상의 건물을 완성하는 것이다.

심지어 건축물이 유지·운영되는 동안 탄소배출을 관리조절하고, 에너지 절약체계를 구축해나가는 등 친환경 건축환경을 조성하는데도 PLM은 유용하다. 건물의 수명이 다할 때가 오면 건축자재의 재활용과 공간 활용, 주변환경에 미칠 영향과 대응책 등에 대한 데이터가 자동으로 생성된다. 친환경 자재 사용, 탄소 배출량 절감, 체계적인 시스템으로 비용을 절감시키는 등 역할을 PLM 솔루션과 BIM(빌딩정보화모델링, Building Information Modeling) 시스템 등 첨단 IT 기술력이 맡고 있는 것이다.

최근 친환경 건축 공법으로 녹색 건축을 실현하고, 체계화된 정보시스템으로 독특하고 아름다운 건축물을 탄생시키는 건축 설계 기술력의 혁신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IT기술력의 진화가 건축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어 향후 건축사에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