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가전업체 리홈이 지난해 11월 출시한 ‘다이아몬드 밥솥’. 이 제품은 42만원이라는 만만치 않은 가격에도 두 달 동안 6000대가 팔리는 진기록을 세웠다. 경기 불황으로 시장 규모가 줄고 보통 전기 밥솥에 비해 10만원가량 비싼 가격임을 감안하면 상당히 이례적인 현상이었다. 회사 측은 타이타늄 소재에서 히트상품 비법을 찾았다고 밝혔다. 전기밥솥 안쪽 내솥 소재를 타이타늄으로 바꿔 내구성을 높이면서 프리미엄 제품이라는 이미지를 심어 준 것이다
우주선·항공기·선박 등 첨단 산업 분야에 주로 사용하던 프리미엄 신소재 ‘타이타늄’이 생활 속으로 들어오고 있다. 타이타늄을 소재로 쓰는 프리미엄 가전 제품이 크게 늘고 있는 것. 타이타늄은 가볍고 열과 부식에 강하며 강도가 강철의 두 배에 달해 ‘금속의 다이아몬드’라고 불린다. 리홈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이 소재를 쓴 전기밥솥을 출시해 프리미엄 제품으로 경쟁업체와 차별화에 성공했다. 이대희 리홈 사장은 “내솥에 타이타늄을 한번 더 도금 처리해 긁힘과 벗겨짐을 막고 내구성을 높인 게 적중했다”라고 말했다.
산업계에서 처음으로 360도 로터리 시스템 면도기를 개발한 조아스전자도 전기면도기에 타이타늄 소재를 사용했다. 타이타늄으로 코팅한 면도날은 내구성이 강해 수명을 경쟁 제품에 비해 두 배까지 늘려 최대 4년까지 사용할 수 있다. 조아스전자는 타이타늄 소재를 쓰면서 프리미엄 제품으로 브랜드 위상을 높였다.
소니코리아도 지난 해부터 타이타늄 소재를 사용한 제품을 크게 늘리고 있다. 지난해 2월 디지털카메라 업계 가운데 처음으로 타이타늄 소재를 사용한 ‘사이버 샷(DSC-W300)’ 모델을 내놨으며 이어 핸디 캠코더 ‘HDR-TG1’에도 처음으로 타이타늄으로 외관을 바꿔 눈길을 끌었다. 완전 고화질(풀HD) 캠코더 ‘HDR-TG1’은 무게가 240g에 불과하며 신소재로 미세한 긁힘까지 방지해 주고 내구성이 뛰어나다.
대형 가전에도 타이타늄 소재가 사용되고 있다. 대우일렉은 유럽과 중동 프리미엄 가전 시장을 겨냥한 양문형 냉장고에 타이타늄 신소재를 생산해 수출하고 있다. 대우일렉 측은 “신소재는 손자국이 남지 않아 더러움이 잘 안타고 세련돼 보인다는 장점이 있으며 특히 실용성을 강조하는 유럽 소비자가 많이 찾는다”며 “유럽과 중동시장을 겨냥해 10여개 에어컨 모델을 판매 중이며 매년 판매량이 늘어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명품 가전 브랜드’로 잘 알려진 밀레코리아도 전기오븐· 콤비오븐·커피메이커 등으로 구성된 빌트인 방식 주방가전에 타이타늄 소재를 사용해 국내 주방가전 시장 공략에 나섰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