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만드는 사람들]제롬 글렌 유엔미래포럼 회장

[미래를 만드는 사람들]제롬 글렌 유엔미래포럼 회장

 “집단적인 우둔함(Collective Stupidity)과 독립된 단독 지성 중에 어느 것이 낫다고 생각하십니까?”

 제롬 글렌 유엔미래포럼 회장은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집단지성(Collective Intelligence)이 미래를 바꿀 수 있는 중요한 키워드가 될 것이라고 강조하며 이렇게 반문했다. 아직도 한국, 특히 보수적인 층에서는 집단지성에 회의적인 성향이 있는 것 같다는 말에 이해할 수 없다는 뜻이 넘치는 물음이었다.

 “사람의 뇌가 작동하는 것을 생각하면 답을 금방 알 수 있습니다. 뇌의 창조력은 뉴런의 연결에서 발생하는 것입니다. 아이디어, 생각의 연결 과정에서 새로운 것, 창조적인 아이디어가 우연하게 나타나게 됩니다. 집단적인 우둔함이 훨씬 낫습니다.”

 글렌 회장은 미래예측 분야에서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네트워크를 갖고 있는 사람 중 한 명이다. 세계미래의회 의장, 세계미래연구기구협의회 회장, 유엔미래포럼 회장을 맡고 있으며 1996년부터 ‘유엔미래보고서’를 매년 14년째 발간하고 있다.

 집단지성은 최근 그가 주목하고 있는 키워드 중 하나. 그는 최근 유엔미래보고서에서 집단지성을 이용해 전 세계 기후변화 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는 기후변화포탈 및 네트워크시스템을 제안하기도 했다. “집단지성은 실시간으로 전 세계 수많은 관련 분야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집하고 업데이트함으로써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하는 ‘리얼타임 델파이(real-time delphi)’를 가능하게 할 겁니다.

 굳이 기후변화 영역에 집단지성을 적용할 걸 생각한 이유가 있는지 물었더니 “모두가 기후변화 대응을 말하지만 기후변화 대응 전략으로 지금 우리가 가진 것은 오로지 비행기 티켓과 연설밖에 없기 때문”이라는 답이 돌아온다. 이제는 기후변화가 중요하다는 말뿐이 아니라 여기에 잘 대응할 수 있는 전 세계적 인프라 구축이 필요한 시점이고 글로벌 통신기술, 집단지성 등을 적용하는게 해답일 수 있다는 뜻이다. 과연 우문현답(愚問賢答)이다.

 그래도 글렌 회장은 기후변화와 관련해 큰 변화가 이뤄진 것은 인정한다. “30년 전에 기후변화에 대해 말할 때 사람들은 대개 ‘뭐라고? 그게 뭔데?’라는 반응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사람들은 비록 어떻게 바뀌어야 할지는 잘 모르더라도, 지금이 바뀌어야 할 때라는 것, 바뀌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은 알게 됐습니다. 이것만 해도 큰 성과입니다.”

 마지막으로 그는 집단지성의 가치를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자신이 어떻게 생각을 하고 있는지, 뉴런과 뇌의 예를 들어 꼭 설명해 주라고 말해준 다음 숙소로 돌아갔다. 사무실에 들어온 기자에게 집단지성의 정의에 대한 그의 e메일이 도착해 있었다.

 “집단지성은 피드백을 통해 지속적으로 학습하는 데이터·정보·지식, SW·HW, 전문가들 사이의 시너지에서 순간적으로 창출되는 자산입니다. 집단지성의 목적은 이런 요소들이 단독으로 작동할 때보다 더 나은 결정을 내리기 위한 지식을, 적절한 때에 창출하려는 것입니다.”

  최순욱기자 choisw@etnews.co.kr